뉴턴의 품에 들어온 ‘힘의 선’ : 맥스웰의 전자기장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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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욱, 『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 (김영사, 2010), 만남 4.

패러데이에 대한 학계의 반응은 이중적이었다. 전자기 유도, 전기 유도 용량, 반자성체 등의 패러데이의 실험적 발견은 열광적으로 수용된 반면, ‘힘의 선’, ‘전기적-긴장 상태’, ‘자기 전도 이론’ 등 그의 이론적 아이디어는 완전히 외면 받았다. ‘힘의 선’은 셀 수 없었고, 전기적-긴장 상태의 강도는 잴 수 없었다. 연속적인 긴장 상태에 놓인 힘의 선을 통해 전기와 자기 작용이 전달된다는 패러데이의 생소한 개념 대신, 많은 학자들은 그의 발견을 익숙한 원거리력 이론으로 설명하곤 했다. 독일 물리학자 빌헬름 베버(Wilhelm Weber, 1804-1891)는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정전기력(쿨롱 힘)과 전류 사이에 작용하는 동전기력(앙페르 힘)을 결합하여 움직이는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일반화된 원거리력 법칙을 유도한 후, 이를 통해 정전기, 전자기, 자기 현상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이론은 당시 모든 관찰 결과와 일치하는 최고의 전자기 이론이었다.

패러데이의 아이디어에 영향을 받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845년 베버의 동료 학자 칼 프리드리히 가우스(Carl Friedrich Gauss, 1777-1855)는 전자기 작용이 빛과 유사한 속도로 전달된다는 생각을 편지에 담아 베버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파격적인 생각은 당시까지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며, 사후에나 가우스 전집에 수록되어 재평가받을 수 있었다. 영국의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 1824-1907) 또한 패러데이의 아이디어를 매우 진지하게 고려했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전기와 자기 작용을 체계화하기 위해 광범위한 아이디어를 비유를 통해 자유롭게 끌어오던 그는 패러데이가 발견한 광자기 회전 효과로부터 깊은 인상을 받아 1847년 전자기 작용을 ‘에테르(aether)’라는 매질의 소용돌이 운동에 의한 현상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처음으로 고안하기도 했다.

패러데이의 아이디어를 가장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은 바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이었다. 맥스웰은 에든버러 대학의 포브스로부터 전기와 자기의 실험적 내용들을 배웠지만 프랑스와 독일의 수학적 유체 이론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대학을 케임브리지로 옮긴 후에는 전기와 자기에 대해 공부할 일이 거의 없었다. 케임브리지의 우등 졸업 시험을 모두 마친 1854년 2월, 맥스웰은 자신의 연구 주제 중 하나로 전기를 선택했다. 그는 톰슨에게 전기 분야에 대한 통찰을 얻기 위해 무엇을 읽으면 좋을지 물었고, 톰슨은 아마도 패러데이의 논문 모음집 『전기에 대한 실험 연구』를 추천해준 듯하다. 이후 그는 패러데이의 ‘힘의 선’이라는 아이디어에 점점 빠져 들어갔고, 패러데이의 아이디어를 수학적으로 번역하던 톰슨의 작업을 이어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힘의 선 개념과 대륙의 수학적 이론을 화해시키는 데 머무르고 있던 톰슨의 작업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활용해 베버의 이론에 버금가는 완전한 수학적인 이론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이후 10여 년 사이에 세 편의 논문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1855-56), 「물리적 힘의 선에 관하여」(1861-62), 「동역학적 전자기장 이론」(1865)을 발표하면서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힘의 선’ 개념을 자신의 전자기장 이론으로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자기장 방정식을 만들어내 그로부터 계산된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결론까지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셀 수 있는 물리량으로 만드는 일이었다.

‘힘의 선’을 유체 튜브의 개수로 세다

수학적인 훈련을 받은 학자들에게 패러데이의 ‘힘의 선’은 모호하기 그지없는 개념이었다. ‘힘의 선’을 어떻게 정량적인 추론에 활용할 수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1850년대 이후 패러데이는 ‘단위 힘의 선’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공간에 형성된 힘의 방향과 세기를 단위 힘의 선의 개수로 다루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힘의 선이 밀집한 곳에서는 강한 힘이 작용하고, 반대로 힘의 선이 드문드문 모여있는 곳에서는 약한 힘이 작용했다. 또한 그는 도선에 의해 잘리는 ‘힘의 선’의 개수가 도선의 유도 기전력과 정량적으로 연결된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리량을 연속적인 양으로 다루어온 학자들은 힘을 불연속적으로 ‘하나, 둘, 셋’ 세는 패러데이의 방식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림 4-1. 전기 유도 용량의 차이. 두축전지에는 같은 강도의 긴장이 걸리지만 축전지에 사용된 매질의 차이에 따라 매질을 통과하는 힘의 선의 개수가 달라짐으로써 축전기에 충전되는 전하량이 달라진다.
패러데이는 종종 힘의 선에 걸린 긴장의 강도라는 개념을 힘의 선의 개수와 구분지어 사용하기도 했다. 예컨대 그는 동일한 강도의 긴장이 주어지더라도 매질의 종류에 따라 매질을 통과하는 힘의 선의 개수가 달라진다고 주장함으로써, 매질에 따른 전기 유도 용량의 차이와 자기 유도 능력의 차이를 설명하곤 했다(그림 4-1). 그러나 이러한 구분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학자들은 이 때문에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공간에 형성되는 힘의 세기가 힘의 선의 개수에 의해 세어지는 것인지 힘의 선에 걸린 긴장의 강도에 의해 정해지는 것인지 명확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수학적인 추론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은 사람은 톰슨이었다. 1840년대 톰슨은 정전기에 대한 원거리력 이론과 푸리에의 열전도 이론이 완전히 다른 대상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수학적 형식이 동일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양쪽 분야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톰슨은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열의 흐름에 빗대어 생각할 경우, 힘의 선 개념에서도 쿨롱의 법칙을 유도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1] 톰슨의 목적은 원거리 작용 개념에 기초한 대륙의 이론과 힘의 선 개념에 기초한 패러데이의 이론을 화해시키는 것이었지만, 맥스웰은 톰슨의 작업으로부터 힘의 선 개념을 수학화하는 데 필요한 수학적 유비의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1855년 5월, 맥스웰은 톰슨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생각을 적용하는 모든 경우에 대해 특허를 내셨습니까? 아니라면 그것을 잠시 빌리고 싶네요.

1855년 말에 출판한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맥스웰은 톰슨으로부터 빌린 수학적 유비의 방법을 더욱 완전한 형태로 발전시켰다. 그는 ‘힘의 선’이 지닌 수학적 특징을 정교하게 흉내낼 수 있으면서도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용이한 대리물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가 만들어낸 대리물은 가상의 유체 시스템이었다. 그는 구멍이 송송 뚫린 다공성 매질로 이루어진 공간에 무게도 없고 압축도 안 되는 유체를 가득 채웠다. 그리고 유체가 생성되어 나오는 ‘공급원(source)’과 유체를 빨아들이는 ‘배수구(sink)’를 설치했다. 그러면 유체 시스템에는 공급원으로부터 배수구로 이어지는 일정한 경로의 흐름이 만들어질 것이다. 만약 이 유체 시스템의 공급원과 배수구를 각각 +전하와 -전하로 (혹은 N극과 S극으로) 생각한다면,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물줄기는 패러데이가 말한 ‘힘의 선’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림 4-2. 맥스웰의 단위 튜브. 공급원과 배수구로 이어지는 물줄기들은 동일한 유량의 단위 튜브들로 분할될 수 있다. 맥스웰은 공급원과 배수구를 각각 +전하와 -전하로 (혹은 N극과 S극으로) 대응시키고, 공급원과 배수구를 잇는 단위 튜브들을 패러데이의 단위 힘의 선과 대응시켰다. 정확히 그리자면 유체 시스템의 공간은 단위 튜브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어야 하지만, 그림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 두개의 단위 튜브만 그려 놓았다. 단위 튜브와 등압면의 배치는 유체의 속도와 유체가 받는 힘을 알려주는데, 유체의 속도는 튜브의 단면이 좁아질수록 빨라지고, 유체가 받는 힘은 등압면의 간격이 좁을수록 커진다. 두 개의 등압면 사이에 놓인 단위 튜브 조각은‘단위 셀 격자’라고 하는데, 각각의 단위 셀 격자에서는 유체를 이동시키느라 단위 시간당 한 단위의 일이 수행된다.

맥스웰은 이 유체 시스템을 수학적으로 다루기 위해 '단위 튜브'라는 것을 도입했다(그림 4-2). 이에 따르면, [math]q[/math]의 공급량을 가진 공급원 표면에는 [math]q[/math]개의 단위 튜브가 달려 있어서, 단위 시간당 부피 [math]q[/math]씩의 물줄기가 공급원에 달린 [math]q[/math]개의 튜브를 따라 흘러나왔다. 마찬가지로 [math]q[/math]의 배수량을 가진 배수구에 달린 [math]q[/math]의 배수량을 가진 배수구에 달린 [math]q[/math]개의 튜브를 따라 물줄기가 흘러 들어갔다. 튜브의 한쪽 단면을 통해서 일정한 유량의 물줄기가 들어오면 반대쪽 단면을 통해서는 그와 동일한 유량의 물줄기가 나갔다. 이를 위해 튜브의 굵기가 일정할 필요는 없었다. 튜브의 단면이 넓어질수록 튜브의 단면을 통과하는 물줄기의 속도가 줄어들면 그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튜브의 단면을 통과하는 유체의 속도는 단위 튜브의 단면적의 역수에 해당했다.

한편 ‘유량’이라는 개념은 어떤 단면을 단위 시간 동안 통과하는 유체의 양을 지칭하는데,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 하에서 ‘유량’은 단면을 통과하는 단위 튜브의 개수로 묘사된다. 같은 원리로 ‘단위 면적당 유량’은 단위 면적을 통과하는 단위 튜브의 개수, 즉 튜브의 밀도로 묘사된다. 그런데 단위 면적을 통과하는 단위 튜브의 개수는 단위 튜브의 단면적의 역수와 같다. 즉 단위튜브의 밀도는 유체의 속도와 같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학적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단위 면적당 유량 = 단위 튜브의 밀도 = 1 / 단위 튜브의 단면적 = 유체의 속도
유량 = 단위 튜브의 개수

한편 ‘압축 불가능한 유체’라는 가정 덕분에, 유체의 모든 운동은 ‘연속적인 밀어내기’의 과정으로 파악될 수 있었다. 즉, 임의의 공간 내부에 공급원이나 배수구가 없는 한, 한쪽 면을 통해 일정한 유량의 물줄기가 들어오면 다른쪽 면을 통해서는 그와 동일한 유량의 물줄기가 나가야 한다. 만약 공간에 들어오는 유량과 나가는 유량이 서로 다르다면, 다시 말해 공간에 들어오는 튜브의 수와 나가는 튜브의 수가 다르다면, 그 내부에는 그 차이만큼의 공급원 또는 배수구가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 이러한 유체의 흐름과 공급원 사이의 관계는 기호를 사용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다.

[math]\rho = \nabla \cdot \mathbf v[/math] ([math]\rho[/math]는 공급 밀도, [math]\nabla \cdot[/math]발산 연산자, [math]\mathbf v[/math]는 유체의 속도 또는 단위 면적당 유량)

유체 시스템에 내장된 이러한 특성은 패러데이가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힘의 선’과 전하 사이의 수학적 특징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었다. 패러데이의 주장에 따르면, +전하와 -전하는 힘의 선 양쪽 말단에 형성되는 한 쌍의 잉여 극성이었다.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은 이를 정확히 흉내내어, 하나의 단위 튜브 양쪽 말단에는 한 쌍의 단위 공급원과 단위 배수구가 위치했다. 그래서 튜브가 시작되는 곳에는 그 개수만큼의 공급량을 가진 공급원이, 튜브가 끝나는 곳에는 그 개수만큼의 배수량을 가진 배수구가 위치했다. 또한 맥스웰의 유체 튜브는 패러데이의 힘의 선을 셀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주었다. 즉 힘의 선의 개수는 단위 튜브의 개수로, 힘의 선의 밀도는 단위 튜브의 밀도로 세어졌다.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은 패러데이가 얘기했던 힘의 선의 긴장강도라는 개념도 구현해냈다. 힘의 선의 양이 유체의 유량과 대응될 수 있다면, 힘의 선에 걸린 긴장의 강도는 유체를 미는 힘에 대응될 수 있었다. 유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렀는데, 유체를 밀어내는 힘은 바로 압력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임의의 지점에 위치한 (단위 부피의) 유체는 그 지점에서 압력이 가장 가파르게 낮아지는 방향으로 그 압력이 변하는 기울기만큼의 힘을 받게 된다. 만약 일정한 압력 간격으로 등압면이 그려져 있다면, 유체 시스템의 각 지점에서는 등압면에 수직을 이루는 방향으로 등압면의 간격에 반비례하는 힘이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등압면들의 간격이 좁아질수록 유체를 미는 힘은 강해지고, 간격이 넓어질수록 그 힘은 약해질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math]\mathbf F[/math]는 유체가 받는 힘, [math]\nabla[/math]기울기 연산자, [math]p[/math]는 유체의 압력).

[math]\mathbf F = - \nabla p [/math]

여기에 맥스웰은 매 지점에서 유체가 받는 저항력이 매질의 마찰계수와 유체의 속도에 비례한다는 가정을 더함으로써, 그 저항을 거슬러 유체를 밀어내는 힘과 유체의 속도 사이의 관계식을 구할 수 있었고, 이로써 유체 시스템 내 각 지점의 압력([math]p[/math]), 힘([math]\mathbf F[/math]), 속도([math]\mathbf v[/math]), 마찰계수([math]k[/math]) 사이에 성립하는 다음의 관계식이 완성되었다.

[math]- \nabla p = \mathbf F = k \mathbf v[/math]

이제 공급원과 배수구의 배치와 매질의 마찰계수만 주어지면, 유체 시스템의 속도와 압력 분포는 그에 의해 완벽하게 결정될 수 있었다. 우선 매우 간단한 상황을 다루어보자.

그림 4-5. 공급원 주위의 유체의 속도 분포. 공급원으로터 [math]q[/math]개의 단위 튜브가 뻗어 나오면, 거리 [math]r[/math]에서 단위 튜브의 단면적은 [math]\frac{4 \pi r^2}{q}[/math]이 되며, 그곳에서 물줄기의 속도는 [math]\frac{q}{4 \pi r^2}[/math]가 된다. 거리가 [math]r, 2r, 3r[/math]로 늘어남에 따라, 단위 튜브의 단면적은 [math]1, 4, 9[/math]로 증가하고, 물줄기의 속도는 [math]v, \frac{v}{4}, \frac{v}{9}[/math]로 줄어든다.

공급량 [math]q[/math]의([math]q[/math]개의 튜브가 달린) 공급원이 한 지점에 있고, 배수구는 그로부터 무한대의 거리에 배치되어 있는 간단한 유체 시스템을 가정해보자. 공급원으로부터 [math]q[/math]개의 단위 튜브가 사방으로 뻗어 나오기 때문에, 공급원으로부터 거리 [math]r[/math]만큼 떨어진 위치에서 각 단위 튜브의 단면적은 반지름 [math]r[/math]의 구면([math]4 \pi r^2[/math])을 [math]q[/math]로 나눈 [math]\frac{4 \pi r^2}{q}[/math]이 되고, 물줄기의 속도는 튜브 단면적의 역수로서 [math]\frac{q}{4 \pi r^2}[/math]가 된다(그림 4-5 왼쪽 그림 참조). 다시 말해, 공급원으로부터 거리가 증가함에 따라, 각 단위 튜브의 단면적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하는 반면, 물줄기의 속도(단위면적당 유량)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여 줄어든다(그림 4-5 오른쪽 그림 참조).

유체에 가해지는 힘과 압력은 앞에서 정립한 관계식([math]– \nabla p = \mathbf F = k \mathbf v[/math])에 지금 구한 속도만 대입하면 간단히 구해진다. 그래서 공급량 [math]q[/math]의 공급원 하나로부터의 거리([math]r[/math])에 따른 유체의 속도([math]\mathbf v[/math]), 힘([math]\mathbf F[/math]), 압력([math]p[/math])은 다음과 정리될 수 있다.

유체의 속도 [math]\mathbf v= \frac {q}{4 \pi r^2}[/math] (발산 정리에 의해)
유체에 가해지는 힘 [math]\mathbf F = k \mathbf v = \frac {kq}{4 \pi r^2}[/math]
유체의 압력 [math]p= \int_{\infty}^r - \mathbf F \cdot dr = \frac{kq }{4 \pi r^2}[/math] (단, 공급원으로부터 무한대 지점의 압력은 0)

그리고 공급원과 배수구들([math]q_i[/math])이 임의로 배치된 경우, 그에 의해 형성되는 유체의 압력은 각각의 공급원과 배수구에 의해 만들어지는 압력의 단순 산술합으로 간단히 계산된다.

유체의 압력 [math]p = \frac {k}{4 \pi} \sum \frac {q_i} {r}[/math]

유체 시스템을 전기와 자기 현상에 적용하다

맥스웰은 지금까지 유도한 유체 시스템의 결과를 전기 포텐셜 이론과 비교하고자 했다. 전기 포텐셜 이론에 따르면, 공기 중에 놓인 단위 전하가 받는 정전기력은 주위의 전하 배치에 의해 결정되는 포텐셜 함수를 이용해 우회적으로 계산될 수 있었다. 전하들([math]Q_i[/math])이 아무렇게나 배치되어 있다고 할 때, 우리는 각 지역의 높이([math]V[/math])가 전하들과의 거리([math]r[/math])에 반비례하도록([math]V=\sum \tfrac{Q_i}{r}[/math]) 가상의 지형을 그릴 수 있다. 이 높이를 ‘전기 포텐셜’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임의의 위치에 놓인 단위 전하는 그 전기 포텐셜 지형에서 가장 가파른 내리막의 방향으로 그 기울기만큼의 정전기력을 받는다. 즉 단위 전하가 받는 정전기력([math]\mathbf{E}[/math])은 포텐셜 함수([math]V[/math])의 음의 기울기에 의해 구해진다([math]- \nabla V[/math]). 만약 하나의 점전하([math]Q[/math])만을 가정하여 그 주위에 놓인 단위 전하가 받는 정전기력을 계산할 경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정전기력이 작용한다는 쿨롱의 법칙이 도출된다([math]\mathbf{E} = \tfrac {Q}{r^2}[/math]).

이미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을 텐데, 전기 포텐셜 이론에 등장하는 법칙들은 맥스웰이 고안한 유체 시스템의 압력과 힘에 관한 공식과 매우 흡사했다. 즉 유체 시스템의 공급원과 배수구를 각각 +전하와 -전하에 대응시키고, 유체 시스템의 압력과 힘을 각각 전기 포텐셜과 정전기력에 대응시키고 나면, 유체 시스템을 통해 얻은 모든 공식들은 정전기 시스템에 관한 법칙들로 해석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맥스웰은 유체 시스템을 이용해 전기 포텐셜 이론에 등장하는 법칙들을 모두 유도함 셈이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그동안 쿨롱의 법칙과 같은 정전기력 법칙은 원거리 작용의 원리를 통해서만 설명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정전기력 법칙을 유도하는 데 사용된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에는 원거리 작용의 원리가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패러데이의 힘의 선 개념을 구현하고 있던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호작용은 마찰이나 밀어내기와 같은 인접 작용뿐이었다. 즉 원거리 작용의 원리를 통해서만 설명 가능해 보였던 정전기력 법칙들이 이제는 각 부분의 국소적인 인접 작용들의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맥스웰은 유체 시스템의 매질의 마찰계수([math]k[/math])를 패러데이가 도입했던 전기 유도 용량의 역수에 해당하는 값으로 해석함으로써, 유전체 매질의 효과까지도 전기 포텐셜 방정식에 반영할 수 있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은 튜브와 등압면에 의해 수많은 셀 격자들로 나누어졌는데(그림 4-2), 이 셀 격자들은 일과 에너지에 관한 함축을 담고 있었다. 그의 설계에 따르면, 하나의 셀에서는 저항을 거슬러 유체를 이동시키기 위해 매 단위 시간마다 한 단위의 일이 수행되었고, 따라서 유체 시스템 전체의 셀의 개수는 매 단위 시간당 유체 시스템 전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양을 보여주었다. 맥스웰은 이 셀의 개수를 정전기 시스템에 저장된 에너지와 대응시켰고, 셀의 밀도는 공간에 분포한 에너지 밀도와 대응시켰다.

맥스웰의 유체 시스템은 정전기 시스템뿐만 아니라 전류와 자기 시스템을 수학적으로 묘사하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었다. 공급원과 배수구를 전지의 +극과 -극으로, 유체 튜브를 전류로, 압력 차이를 전압으로, 매질의 저항을 도체의 전기 저항으로 해석할 경우, 이 유체 시스템은 전류 시스템으로 둔갑했다. 앞에서 구했던 유체 시스템의 관계식([math]\mathbf {F} = k \mathbf{v}[/math])을 이러한 해석 하에서 적분해보면, 오늘날 옴의 법칙이라 불리는 전류([math]I[/math]), 전압([math]V[/math]), 전기 저항([math]R[/math]) 사이의 관계식([math]V=RI[/math])이 만들어졌다. 한편, 유체 튜브의 밀도를 자기력선 밀도([math]\mathbf B[/math])로, 등압면의 밀도를 자기적 긴장의 강도([math]\mathbf H[/math])로, 매질의 저항을 자기 투과율의 역수([math]1 / \mu[/math])로 해석할 경우, 동일한 관계식([math]\mathbf {F} = k \mathbf{v}[/math])은 자기 시스템의 기본 관계식([math]\mathbf {H} = \tfrac {1}{\mu} \mathbf {B}[/math])을 만들어냈다.

맥스웰의 셀 격자 시스템은 패러데이의 자기 전도 이론을 수학적인 형태로 번역해줄 수도 있었다. 패러데이의 자기 전도 이론에 따르면, 자기장에 놓인 물체들은 자기력선이 더 잘 통과하도록 재배치되는데, 이로 인해 자성체는 자기력이 강한 곳으로 반자성체는 자기력이 약한 곳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띤다. 맥스웰 식으로 말하자면, 자기장에 놓인 물체들은 에너지 셀 격자의 개수([math]\iiint \mathbf{B} \cdot \mathbf {H} dV[/math])가 증가하도록 재배치되는데, 이로 인해 자성체는 에너지 셀의 밀도([math]\mathbf {B} \cdot \mathbf {H}[/math])가 높은 곳으로 반자성체는 에너지 셀의 밀도가 낮은 곳으로 움직이는 경향을 띤다. 맥스웰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운동 경향은 자기장에 놓인 물체가 자기에너지 밀도의 기울기([math]\nabla (\mathbf {B} \cdot \mathbf {H})[/math])에 해당하는 힘을 받기 때문에 나타났다.

장의 양과 강도를 구분짓다

유체 시스템은 전기와 자기 작용에 관여하는 물리량들을 장(field)의 양(quantity)과 강도(intensity)로 체계적으로 구분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유체 시스템에서는 유체를 미는 힘(force)과 그로 인해 흐르는 유체의 유량(flux)이 분명하게 구분되었다. 유체 시스템의 이러한 구분으로부터,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 작용을 일으키는 장의 강도(intensity)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힘의 선’의 양(quantity)이 구분될 것이라는 통찰을 얻었다. 유체 시스템을 묘사하는 튜브・등압면 그림으로 보자면, ‘힘의 선’의 양은 튜브의 개수(유량)에 의해, 장의 강도는 튜브가 통과하는 등압면의 개수(압력 차이에 의한 힘)에 의해 표현되었다. 이에 따라, 정전기 작용에서는 전기력선 수/전압, 전류 작용에서는 전류/전압, 자기 작용에서는 자기력선 수/자기 총 강도라는 물리량이 구분될 수 있었다. 이후 이루어진 맥스웰의 전자기학 연구를 염두에 둘 때, 이 세 쌍의 물리량을 개념적으로 구분했다는 것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할 수 있는데, 이들의 단위 부피당 물리량, 즉 유체 시스템의 튜브 밀도/등압면 밀도에 해당하는 세 쌍의 물리량인 전기력선 밀도([math]\mathbf D[/math])/기전력([math]\mathbf E[/math]), 전류 밀도([math]\mathbf J[/math])/기전력([math]\mathbf E[/math]), 자기력선 밀도([math]\mathbf B[/math])/자기 강도([math]\mathbf H[/math])는 이후 맥스웰이 만들어 나가게 될 “장 방정식”의 핵심 구성 성분이 되기 때문이다.

양(quantity) 단위 면적당 양 강도(intensity) 단위 거리당 강도
패러데이의 힘의 선 힘의 선의 개수 힘의 선의 밀도 힘의 선 양단에 걸린
긴장의 총강도
힘의 선의 긴장 강도
튜브・등압면 그림 단위 튜브의 개수 단위 튜브의 밀도 등압면의 개수 등압면의 밀도
유체 시스템 유량
[math]\iint \mathbf {v} \cdot d \mathbf {S}[/math]
유량 밀도(속도)
[math]\mathbf v[/math]
압력
[math]\int \mathbf {F} \cdot d \mathbf{l}[/math]
유체를 미는 힘
[math]\mathbf F[/math]
정전기 시스템 전기력선의 수
[math]\iint \mathbf {D} \cdot d \mathbf {S}[/math]
전기력선 밀도
[math]\mathbf D[/math]
전압
[math]\int \mathbf {E} \cdot d \mathbf{l}[/math]
기전력
[math]\mathbf E[/math]
전류 시스템 전류
[math]\iint \mathbf {J} \cdot d \mathbf {S}[/math]
전류 밀도
[math]\mathbf J[/math]
전압
[math]\int \mathbf {E} \cdot d \mathbf{l}[/math]
기전력
[math]\mathbf E[/math]
자기 시스템 자기력선 수
[math]\iint \mathbf {B} \cdot d \mathbf {S}[/math]
자기력선 밀도
[math]\mathbf B[/math]
자기 총강도
[math]\int \mathbf {H} \cdot d \mathbf{l}[/math]
자기 강도
[math]\mathbf H[/math]
그림 4-6. 전류 주위에 형성된 자기장을 묘사하는 튜브-등압면 그림. 전류가 흐르는 도선(왼쪽의 하얀 작은 원) 주위에는 도선을 원형으로 감싼 여러 개의 자기력선들이 형성되는데, 그림에서 자기력선은 튜브의 형태로 묘사되어 있다. 도선을 둘러싼 자기력선(튜브)들은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모두 동일한 개수의 등압면을 통과한다. 즉 각각의 자기력선에 걸린 자기 총강도는 모두 일정하다. 짙게 칠해진 두 개의 튜브만 비교해보면, 두 개의 튜브는 모두 24개의 등압면을 통과한다. 다만 바깥쪽 튜브의 등압면 간격이 안쪽 튜브의 등압면 간격보다 전반적으로 벌어지기 때문에 (단위 거리당) 자기 강도는 도선에 멀어질수록 약해진다. (출처: 맥스웰, 『전기와 자기에 관한 논고』 2권, plate 18)

몇 달 뒤 출판된 논문의 2부에서, 맥스웰은 위에서 정립한 물리량을 이용해 전자기 상호 작용에 관한 법칙들을 장 방정식의 형태로 “재기술”하는 데 성공했다. 맥스웰은 먼저 전류의 자기 작용을 다루기 시작했다. 실험에 의해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기 중에서 전류([math]I[/math])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는 도선을 감싼 원형 방향으로 도선과의 거리([math]r[/math])에 반비례하는 크기의 자기 효과([math]B[/math])가 나타난다([math]B= 2 \frac {I}{r}[/math]). 맥스웰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류가 그 주위를 감싼 원형 자기장의 자기 총 강도를 결정한다고 제안했다. 전류 주위에 형성되는 자기장을 그림 4-6과 같은 튜브・등압면 그림으로 보자면, 전류를 감싸고 있는 어떤 자기력선을 선택하든 그 자기력선을 따라 한 바퀴를 돌면 동일한 개수의 등압면을 통과하게 되는데, 그 등압면의 개수, 즉 자기 총 강도가 전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 ‘앙페르 법칙’이라 불리는 공식으로,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math]\mathbf H[/math]는 자기 강도, [math]\mathbf J[/math]는 전류 밀도, [math]\oint \mathbf {H} \cdot d \mathbf {l}[/math]은 자기 강도를 자기력선을 따라 한 바퀴 경로 적분한 값으로 자기 총 강도를 의미, [math]\iint \mathbf{J} \cdot d \mathbf {S}[/math]는 전류 밀도를 면적분한 값으로 자기력선 내부를 통과하는 총 전류를 의미).

[math]\oint \mathbf H \cdot d \mathbf l = 4 \pi \iint \mathbf J \cdot d \mathbf S[/math]

이 공식에 따르면, 전류를 감싼 각각의 자기력선의 자기 총 강도는 전류로부터의 거리에 상관없이 전류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도선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자기력선에 걸린 자기 총 강도는 일정한 데 반해 자기력선을 따라 한 바퀴를 도는 거리는 전반적으로 길어지게 되므로, 자기력선에 걸린 (단위 거리당) 자기 강도는 점점 약해진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만약 다른 모든 영향으로부터 고립된 전류를 가정할 경우, 그 전류를 둘러싼 자기 강도가 도선으로부터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앞서의 경험 법칙이 손쉽게 따라나오게 된다.

그렇다면 전류는 그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점에 어떻게 그러한 자기장을 형성할 수 있을까? 원거리 작용일까? 전자기 작용이 점진적으로 전달된다는 패러데이의 생각을 선호했던 맥스웰은 위에서 정식화한 전류와 자기 사이의 관계식이 원거리 작용의 원리에 의존하지 않고도 성립 가능하다는 것을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이 공식을 오로지 국소적인 인접 작용들에 의한 결과로 표현하기로 마음 먹었다. 오늘날 ‘스토크스 정리’라 불리는 정리를 졸업 시험 문제에서 증명한 적이 있었던 맥스웰은, 그 정리를 활용해 위의 앙페르 법칙으로부터 다음의 미분 형태의 장 방정식을 얻을 수 있었다([math]\nabla \times[/math]회전 연산자, [math]\mathbf H[/math]는 자기 강도, [math]\mathbf J[/math]는 전류 밀도).

[math]\nabla \times \mathbf {H} = 4 \pi \mathbf J[/math]

이 방정식에 따르면, 임의의 극히 작은 점을 둘러싼 자기 강도의 회전([math]\nabla \times \mathbf H[/math])은 그 지점을 통과하는 전류 밀도([math]\mathbf J[/math])에 의해서만 결정되었다.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도 같은 형태의 장 방정식으로 재기술하고자 했다. 그는 앙페르 법칙에서 전류 작용의 양이 자기 작용의 강도를 결정하듯이, 이번에는 자기 작용의 양, 즉 자기력선의 수가 전류 작용의 총 강도, 즉 전압을 결정짓는 방식을 생각했다. 그러나 자기장에 가만히 놓인 도선에 전류가 유도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자기 작용에 의해 회로에 형성되는 전압은 회로를 통과하는 자기력선 수의 감소율에 의존했다. 이는 다음의 수식으로 표현된다([math]\mathbf E[/math]는 기전력, [math]\mathbf B[/math]는 자기력선 밀도, [math]\oint \mathbf {E} \cdot d \mathbf l[/math]은 기전력 [math]\mathbf E[/math]를 회로를 따라 한 바퀴 경로 적분한 값으로서 전압을 의미, [math]\iint \mathbf {B} \cdot d \mathbf {S}[/math]는 자기력선 밀도를 면적분한 값으로서 회로를 통과하는 총 자기력선 수를 의미)

[math]\oint \mathbf {E} \cdot d \mathbf{l} = - \frac {\partial}{\partial t} \iint \mathbf {B} \cdot d \mathbf {S}[/math]

그러나 맥스웰은 자기 작용의 양이 모종의 강도를 결정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전기적-긴장 강도(electro-tonic intensity)’라는 새로운 물리량을 도입하여, 패러데이의 법칙을 다음과 같이 재기술했다. 그에 따르면, 자기력선의 양은 자기력선을 감싼 회로의 전기적-긴장 강도를 결정하며, 그 강도의 변화율이 회로의 기전력을 결정짓는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math]\mathbf A[/math]는 전기적-긴장 강도).

[math]\oint \mathbf {A} \cdot d \mathbf{l} = -\iint \mathbf {B} \cdot d \mathbf {S}[/math]
[math]\mathbf E = - \frac {\partial \mathbf {A}}{\partial t}[/math]

맥스웰은 위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를 다음과 같은 미분 형태의 방정식으로 표현했다.

[math]\nabla \times \mathbf {A} = \mathbf {B}[/math]
[math]\mathbf E = - \frac {\partial \mathbf {A}}{\partial t}[/math]

‘전기적-긴장 강도’라는 물리량은 앞서 유체 시스템의 비유를 통해 체계적으로 짜놓은 범주에 들어맞지 않았지만, 맥스웰은 이 물리량을 패러데이가 말했던 ‘전기적-긴장 상태(electro-tonic state)’의 수학적 표현으로 생각해 살려두기로 했다.

이로써 맥스웰은 이후 만들어낼 장 방정식의 기본 재료가 되는 수학적 물리량을 모두 확정지었으며, 새로이 정립한 물리량들을 이용해 두 가지 전자기 법칙을 장 방정식의 형태로 “재기술”하는 데에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의 방정식이 그의 유체 시스템에서 유도되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체 시스템 비유는 그의 방정식에 쓰일 물리량을 제공하는 데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그의 방정식은 이미 알려져 있던 앙페르의 법칙과 패러데이의 법칙으로부터 벡터 연산에 관한 수학적 정리를 이용해 역으로 유도되었다. 따라서 그는 여전히 자기 작용이 어떻게 전류를 유도하는지, 전류 주위에 자기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이를 위해서는 정전기와 전류 및 자기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으며, 그의 방정식은 새로운 이론으로부터 다시 유도되어야 했다.

맥스웰도 이러한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매우 성공적인 것처럼 제시했던 유체 시스템과 각각의 정전기, 전류, 자기 시스템 사이의 유비도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유체 시스템의 셀 격자는 정전기 시스템과 자기 시스템에 저장된 에너지를 묘사하는 데 사용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유체 시스템의 셀 격자에는 에너지가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유체 시스템의 각 셀 격자에서는 단위 시간당 한 단위의 에너지가 소비될 뿐이었다. 이러한 유체 시스템의 상황과 정확히 대응되는 현상은 전류 작용뿐이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맥스웰은 자신의 유비가 ‘임시적’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이론이 참된 물리 이론의 그림자조차 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체 튜브는 필요에 따라 전기력선이 되기도 하고 자기력선이 되기도 하고 전류가 되기도 했는데, 이는 유체 시스템의 유연한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지만, 그 근본적인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즉 유체 시스템은 자기력선과 전기력선과 전류가 함께 작용하는 시스템을 전혀 묘사할 수 없었다. 맥스웰이 전류와 자기 사이의 상호 작용을 다루는 두 가지 법칙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유체 시스템의 비유를 온전히 사용하지 않았던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유체 시스템이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면, 유체 시스템을 이용한 그의 작업은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유체 시스템은 패러데이의 힘의 선의 특징을 구현한 시스템이 어떻게 수학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지 알려주었으며, 그러한 수학적 시스템이 그동안 전기와 자기에 관해 알려진 법칙들과 정합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그 형태상 원거리 작용의 원리에 의해서만 설명 가능해 보였던 전기와 자기의 법칙들이 원거리 작용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시스템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다. 다시 말해 그는 전기와 자기 작용에 대한 이론을 힘의 선에 기반한 수학적 이론으로 새롭게 재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맥스웰이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기획한 의도이기도 했다.

이에 더해 유체 시스템을 이용한 훈련은 맥스웰에게 부가적인 소득을 안겨주기도 했다. 훈련을 거치면서 맥스웰은 앞으로의 이론 작업에 어떤 물리량들이 사용되어야 할지, 또 앞으로 이론적으로 유도해야 할 방정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알게 되었으며, 장 방정식에 쓰이는 벡터라는 새로운 수학적 기법에도 완전히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이들은 맥스웰이 앞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소용돌이 분자를 통해 자기력선을 표현하다

1856년 논문을 마친 후,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 그리고 전류 작용을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몰두했다. 이번에도 톰슨의 논문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1856년 톰슨은 패러데이의 광자기 회전 현상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에서 톰슨은 자기 현상이 물질과 공간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소용돌이 운동과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며, 전자기력과 전자기 유도 작용도 같은 방식의 소용돌이 운동을 가정하면 쉽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톰슨의 논문을 읽은 맥스웰은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기와 전기에 대한 소용돌이 이론”을 몇 년간 갈고 닦았다.

1861년 맥스웰은 자신의 성과를 「물리적 힘의 선에 관하여」라는 논문으로 출판했다. 이 논문은 4부에 걸쳐 출판되었는데, 1부는 자기 작용을, 2부는 전류와 전자기 유도 작용을, 3부는 정전기 작용을, 4부는 패러데이의 광자기 회전 효과를 차례차례 다루었다. 맥스웰은 각 단계마다 나타나는 새로운 현상에 맞도록 소용돌이 유비를 조금씩 변경했지만, 전체적인 일관성은 잃지 않았다. 1부에서는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을 통해 자기력선을 표상하였고, 2부에서는 소용돌이 분자들 사이에 유동 바퀴를 끼워 넣어 전류를 표상했으며, 3부에서는 소용돌이 분자에 탄성을 추가하여 그 탄성 변형을 통해 정전기 분극 상태, 즉 전기력선을 표상했는데, 이렇게 3부에 걸쳐 발전되어 완성된 최종적인 소용돌이 분자 모형은 자기와 전류, 정전기 및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까지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다.

논문의 제목에 쓰여 있는 ‘물리적 힘의 선’이란 전기와 자기 작용을 관장하는 실재하는 힘의 선을 의미했다. 패러데이에 따르면, 물리적 힘의 선은 다음의 특징을 지녔다.

  1. ‘힘의 선’을 따라 양쪽을 잡아당기는 장력이 존재한다.
  2. 평행한 ‘힘의 선’은 서로 반발한다.

맥스웰은 ‘힘의 선’의 이 두 가지 특징을 톰슨이 제안했던 작은 소용돌이 분자들로 구성된 매질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의 선’을 축으로 도는 소용돌이는 원심력 때문에 그 측면의 압력이 축방향의 압력보다 크다. 이는 소용돌이를 둘러싼 모든 방향에서 동일한 크기의 기준 압력이 주어진 상황에서 축 방향으로만 잡아당기는 장력이 더해진 결과로 해석될 수 있었다. 맥스웰이 보기에, 이러한 해석을 발전시키면 소용돌이 분자를 이용해 힘의 선을 따라 작용하는 장력과 이웃한 힘의 선 사이에 작용하는 척력을 흉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논문의 1부에서 맥스웰은 작은 소용돌이 분자들로 이루어진 매질을 가정했다. 그는 기준 압력과 밀도와 회전 속도 및 회전축이 주어진 개별 소용돌이에 작용하는 스트레스 식을 구한 후, 이 스트레스들이 매질의 아주 작은 입방체에 작용하는 알짜 효과를 계산하여 정리함으로써 소용돌이 매질에 작용하는 힘을 다음과 같이 도출했다([math]\frac{1}{4 \pi} \mu[/math]는 매질의 밀도, [math]\mathbf H[/math]는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축과 회전속도를 자신의 방향과 크기로 갖는 벡터, [math]p[/math]는 기준 압력).

[math]\mathbf {f} = \frac{1}{4 \pi} (\nabla \cdot \mu \mathbf H) \mathbf {H} + \frac{1}{4 \pi} (\nabla \times \mathbf H) \times \mu \mathbf {H} + \frac{1}{8 \pi} \mu \nabla \mathbf {H}^2 - \nabla p[/math]

맥스웰은 지난 논문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 얻은 결과에 근거하여 위의 식에 등장하는 각 항들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었다. [math]\mathbf {H}, \mu, \mu \mathbf {H}[/math]를 각각 앞의 논문에서 정의한 ‘자기 강도’, ‘자기 투과율’, ‘자기력선 밀도’와 대응시키고 나니, 방정식의 첫 번째 항은 자기장([math]\mathbf {H}[/math])에 놓인 ‘가상의’ 자유 자극([math]\nabla \cdot \mu \mathbf H[/math])이 자기력선을 따라 받는 자기력을 의미했고(그림 4-9), 두 번째 항은 자기장에 놓인 전류([math]\frac{1}{4 \pi} (\nabla \times \mathbf H)[/math])가 자기력선([math]\mu \mathbf {H}[/math])과 직각 방향으로 받는 전자기력을 나타냈으며(그림 4-10), 세 번째 항은 자기장에 자성체가 놓였을 때 자기력선의 방향과 상관없이 자기 강도가 증가하는 방향([math]\nabla \mathbf {H}^2[/math])을 따라 (반자성체의 경우엔 감소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자기력을 의미했다(그림 4-11).

맥스웰은 소용돌이 분자들의 회전 운동으로부터 매질의 각 지점에 작용하는 힘을 구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 속도와 회전축을 자기장의 강도와 방향으로 해석하는 순간, 매질의 각 지점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와 방향은 자기장에 놓인 물체가 받는 자기력의 크기와 방향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각 항별로 정리된 자기력의 크기와 방향은 각각 자극, 전류, 자성체(와 반자성체)에 작용하는 알려진 자기력 법칙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로써 맥스웰은 자기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경우의 자기력을 ‘통째로’ 유도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유동 바퀴를 통해 전자기 유도의 메커니즘을 제공하다

소용돌이 분자 비유를 통해 자기 작용에 대한 설명을 마친 맥스웰은 2부에서는 전류 작용을 설명했다. 그러나 소용돌이 분자만으로 이루어진 매질에는 전류와 대응될 만한 것이 없었다. 소용돌이 분자들의 회전축과 회전 속도는 자기장의 방향과 강도를 묘사할 뿐이었다. 전류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소용돌이 분자에 추가적으로 무언가가 더 필요했다.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맥스웰은 애초의 소용돌이 분자 모형에 존재하던 문제의 해결책에서 전류의 대응물을 찾았다.

나는 매질 내에서 평행한 축으로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가 나란히 늘어서 있는 것을 상상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연속된 소용돌이의 인접 부분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운동하게 된다. 어떻게 매질의 한 부분의 운동이 그것과 접촉하고 있는 부분의 반대 운동과 공존하거나 혹은 그 운동을 산출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즉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 분자들은 인접한 소용돌이 분자의 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그의 소용돌이 분자 시스템은 ‘연결된 기계 장치로서’ 작동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용돌이 분자들 사이에 미끄러지지 않는 작은 “유동 바퀴(idle wheel)”들을 삽입했다(그림 4-12). 이 유동 바퀴는 소용돌이 분자 시스템을 연결된 기계 장치로 작동할 수 있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류를 묘사할 수 있는 추가적인 자원까지 제공했다.

맥스웰은 이론적인 물리학뿐 아니라 실제 기계 장치에 상당히 익숙한 편이어서, 최신 기계 장치에 쓰이는 다양한 종류의 ‘유동 바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기계 장치에서 유동 바퀴는 대체로 고정된 축에서 회전하도록 만들어지지만, ... 예컨대 지멘스사의 증기 기관 속도 조절기(governor)에 있는 몇몇 장치에는, 그 중심이 움직일 수 있는 유동 바퀴도 있다”고 지적한 그는, 고정된 축에 속박된 유동 바퀴와 축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자유로운 유동 바퀴를 구분했다. 그에 따르면, ‘절연체’에 있는 유동 바퀴들은 고정된 축에 속박되어 있는 반면, ‘도체’의 유동 바퀴들은 축에 묶여 있지 않아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전류’는 바로 도체 내 자유로운 유동 바퀴의 병진 운동(translational motion, 위치가 변하는 운동)으로 묘사될 수 있었다.

유동 바퀴와 소용돌이 분자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운동은 다른 하나의 운동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맥스웰은 이러한 메커니즘으로부터 전류와 자기의 상호 작용을 읽어낼 수 있었다. 유동 바퀴의 병진 운동은 그 주위의 소용돌이 분자들을 일정하게 회전시킬 텐데, 이것은 전류의 자기 작용을 의미했다(그림 4-13). 반대로 소용돌이 분자들의 회전은 유동 바퀴를 회전시킬 것이고, 만약 유동 바퀴 양쪽의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 속도가 다르다면 도체 내 유동 바퀴는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이것은 바로 자기의 전류 작용, 즉 전자기 유도를 의미했다(그림 4-14).

맥스웰은 소용돌이 분자가 유동 바퀴에 가하는 힘을 기전력([math]\mathbf E[/math])으로 둔 후, 유동 바퀴가 소용돌이 분자에 가하는 힘([math]- \mathbf E[/math])에 의해 시간당 수행되는 일의 양이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 운동 에너지의 변화율과 같아야 한다는 일-에너지 원리를 이용하여, 자기력선 밀도의 감소율에 의해 그 주위의 기전력이 결정된다는 다음의 전자기 유도 법칙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math]\mathbf E[/math]는 기전력, [math]\mu \mathbf {H}[/math]는 자기력선 밀도).

[math]\nabla \times \mathbf {E} = - \frac{\partial \mu \mathbf {H}}{\partial t}[/math]

이 방정식은 지난 논문에서 만들어낸 방정식과 동일한 것이었지만 그 의미는 동일하지 않았다. 지난 논문에 쓰인 방정식은 단지 패러데이의 법칙을 수학적으로 재기술한 것에 불과했던 반면, 이번에 유도한 방정식은 기계 모형으로부터 유도된 것으로서 전자기 유도의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담고 있었다. 맥스웰은 그 메커니즘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그림을 그렸다(그림 4-15). 두 개의 도체(AB, pq) 외에는 모두 절연체로 구성된 시스템에서, 지금 막 A에서 B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A에서 B로 유동 바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와 인접한 소용돌이 분자들도 그와 함께 회전하기 시작한다. 위의 소용돌이 분자들(gh)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아래의 소용돌이 분자들은 시계 방향(-)으로 돌 것이다. 이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은 절연체 내 유동 바퀴의 제자리 회전을 통해 인접한 소용돌이 분자들에 차례차례 전달될 것이다(AB 아래의 경우). 그러나 회전하는 소용돌이 분자(gh)와 멈추어 있던 소용돌이 분자(kl) 사이에 놓인 도체(pq)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동 바퀴가 양편의 회전 속도 차이에 의해 q에서 p 방향으로 구르게 되어 유도 전류가 만들어진다. 만약 도체 pq에 저항이 없다면, 유동 바퀴는 영원히 움직이면서 도체 너머의 소용돌이 분자에는 운동을 전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도체는 저항이 있기 때문에, 움직이던 유동 바퀴는 서서히 멈춰서 제자리에서 회전하면서 도체 너머의 소용돌이 분자(kl)에도 운동, 즉 자기 작용을 전달하게 된다. 즉 이 소용돌이 분자-유동 바퀴 모형은 전류의 자기 작용이 어떻게 멀리까지 전달되는지, 어떻게 유도 전류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왜 그 유도 전류는 금방 사라지는지까지 “기계적으로” 설명해준 셈이었다.

그림 4-15. 전자기 유도를 설명하기 위한 맥스웰의 소용돌이 분자-유동 바퀴 모형. A에서 B방향으로 유동 바퀴가 흐르기 시작하면, 인접한 소용돌이 분자(gh)를 회전시키게 되고, 회전하는 소용돌이 분자(gh)와 멈추어 있던 소용돌이 분자(kl) 사이에 놓인 도체에서는 양편의 회전 속도 차이에 의해 유동 바퀴가 q에서 p방향으로 구르게 되어 유도 전류가 만들어진다. (출처: 맥스웰, 「물리적 힘의 선에 관하여」 2부, 『철학잡지』, 1861, plate 2).
스크래치로 구현한 시뮬레이션 : https://scratch.mit.edu/projects/190060050/

이로써 맥스웰은 원거리 작용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서, 자기와 전자기 현상에 대한 대안적인 모형을 일관되게 만들 수 있었으며, 그로부터 전자기 법칙들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그의 소용돌이 분자-유동 바퀴 모형은 전자기 유도 작용이 인접한 기계 장치들 사이의 연결된 메커니즘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는 무척이나 직관적인 설명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러한 맥스웰의 설명이 원거리 작용 개념에 대한 결정적인 논박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그의 모형을 통해 유도해낸 방정식은 원거리 작용 개념에 근거한 방정식과 전혀 차이가 없었으며, 그의 모형에 의한 전자기 유도 작용은 인접한 기계 장치를 따라 매개되긴 했지만 여전히 순식간에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원거리 작용 개념과의 실질적인 차별화를 제공한 것은 정전기 작용을 다룬 3부에 이르러서였다.

매질의 탄성 변형으로 전기력선을 그리다

논문의 2부를 출판할 때까지 그는 아직 소용돌이 분자 모형을 정전기 작용까지 설명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2부를 출판하고서 몇 달 후, 맥스웰은 인접한 소용돌이 분자와 유동 바퀴 사이에 미끄러지지 않으면서 서로의 운동이 온전히 전달되려면 소용돌이 분자에 탄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탄성이라는 아이디어가 정전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함께 깨달았다. 패러데이는 정전기 작용이 유전체 매질의 연쇄적인 전기 분극 상태에 의해 전달된다고 생각했는데, 패러데이가 말한 유전체의 전기적 분극 상태가 소용돌이 분자의 탄성 변형을 통해 재현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림 4-16. 소용돌이 분자의 탄성 변형에 의한 분극. (출처: 맥스웰이 패러데이에게 보낸 편지, 1861년 10월 19일)
그림 4-17. 탄성 변형에 의한 연쇄적 분극 상태의 양쪽 말단의 잉여 극성으로서의 전하.
맥스웰에 따르면, 도체 내의 유동 바퀴는 소용돌이 분자에 속박되지 않아 움직일 수 있는 반면, 절연체 내의 유동 바퀴는 소용돌이 분자에 속박되어 제자리에서만 회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소용돌이 분자가 탄성을 가지게 되자, 절연체 내의 유동 바퀴도 그에 속박된 소용돌이 분자의 탄성 변형에 의해 조금이나마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유동 바퀴는 전기 입자를 의미하므로, 소용돌이 분자의 탄성 변형에 의해 전기 입자들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면, 이는 전기적 분극 상태를 표상할 수 있다. 쏠린 쪽은 +방향, 그 반대쪽은 -방향으로 말이다(그림 4-16). 그리고 이렇게 동일한 크기의 변위만큼 변형된 소용돌이 분자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동안에는 전기 입자의 넘치고 부족함이 상쇄되어 중성화되겠지만, 도체와 만나는 경계면에서는 전기 입자가 남아돌거나(+) 부족하게(-) 되어 그 만큼의 전하를 띠게 될 것이다(그림 4-17). 이는 전하를 유전체의 연쇄적인 전기적 분극 상태의 양쪽 말단에 남은 잉여의 극성으로 생각했던 패러데이의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맥스웰은 이러한 설정으로부터 쿨롱의 정전기력 법칙을 유도할 생각이었다. 맥스웰은 소용돌이 분자가 변형되면, 소용돌이 분자의 탄성 변형은 유동 바퀴 변위([math]\mathbf D[/math])의 반대 방향으로 원상 복귀시키려는 복원력([math]\mathbf E[/math])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림 4-18). 이는 다음과 같은 방정식을 만들어냈다.

[math]\mathbf {E} = - k \mathbf {D}[/math]

위의 방정식에서 [math]k[/math]는 쉽게 말해 ‘전기 탄성 계수’를 의미했다. 한편 변위의 변화([math]\tfrac{\partial \mathbf {D}}{\partial t}[/math]는 전기 입자(유동 바퀴)의 운동을 함축했기 때문에 일종의 전류로 취급될 수 있었다. 맥스웰은 이를 ‘변위 전류’라 이름 붙인 후, 논문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 정식화했던 앙페르 법칙에 추가했다([math]\mathbf j[/math]는 일반 전류 밀도, [math]\mathbf H[/math]는 자기 강도, [math]\tfrac{\partial \mathbf {D}}{\partial t}[/math]는 변위 전류 밀도).

[math]\mathbf {j} = \frac {1}{4 \pi} \nabla \times \mathbf {H} + \frac{\partial \mathbf {D}}{\partial t}[/math]

이 식의 양변에 발산([math]\nabla \cdot[/math])을 취하면, 우변의 첫 번째 항은 소거되고 다음의 관계식이 만들어진다.

[math]\nabla \cdot \mathbf {j} = \frac {\partial}{\partial t} \nabla \cdot \mathbf {D}[/math]

이제 맥스웰은 전하와 전류 사이의 연속성 원리를 채택했다. 즉 전류의 생성량은 그 지점의 전하 밀도의 감소량과 같아야 한다는 원리를 채택한 것이다. 이로부터 그는 다음의 관계식을 얻었다([math]\rho[/math]는 전하 밀도).

[math]\nabla \cdot \mathbf {j} = - \frac {\partial \rho}{\partial t}[/math]

이렇게 구한 식들을 차례로 결합함으로써, 맥스웰은 다음의 관계식을 얻었다.

[math]\rho = - \nabla \cdot \mathbf {D} = \frac {1}{k} \nabla \cdot \mathbf {E}[/math]

이 식은 애초에 탄성 매질을 도입할 때 의도했던 전하의 개념을 정확히 묘사하고 있었다. 즉 전하는 탄성 변형에 따른 변위로 묘사된 전기적 분극 상태 양쪽 말단에 남은 잉여의 극성이 되었다. 게다가 식에 등장한 음의 변위([math]- \mathbf {D}[/math])와 복원력([math]\mathbf E[/math])을 각각 전기력선과 기전력으로 해석하는 순간, 이 식은 앞의 논문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도 이미 다룬 적이 있는 전하와 전기력선과 기전력 사이의 관계식이 되었다. 이로부터 점전하 주위의 기전력과 그 전기 포텐셜을 구하는 일은 맥스웰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이에 추가적으로 맥스웰은 전하의 움직임에 따른 전체 탄성 에너지의 변화량이 정전기력에 의해 수행되는 일의 양과 같아야 한다는 일-에너지 원리를 이용해 두 개의 점전하 [math]q_1[/math][math]q_2[/math] 사이에 작용하는 정전기력을 다음과 같이 유도할 수 있었다.

[math]F = \frac{k}{4 \pi} \frac {q_1 q_2}{r^2}[/math]
일과 에너지의 원리를 이용해 정전기력 법칙 유도하기

맥스웰은 우선 두 개의 점전하 [math]q_1[/math][math]q_2[/math]만으로 이루어진 시스템의 전체 탄성 에너지가 다음과 같이 결정된다는 것을 구했다([math]U[/math]는 전체 탄성 에너지, [math]\Psi_1[/math][math]q_1[/math]에 의해 형성된 전기 포텐셜([math]q_1[/math]에 의해 [math]q_1[/math] 위치에 형성된 전기 포텐셜은 [math]\Psi_{11}[/math], [math]q_2[/math] 위치에 형성된 전기 포텐셜은 [math]\Psi_{12}[/math]), [math]\Psi_2[/math][math]q_2[/math]에 의해 형성되는 전기 포텐셜([math]q_2[/math]에 의해 [math]q_1[/math] 위치에 형성된 전기 포텐셜은 [math]\Psi_{21}[/math], [math]q_2[/math] 위치에 형성된 전기 포텐셜은 [math]\Psi_{22}[/math])이며,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 등장했던 기전력과 전기 포텐셜 사이의 관계식 [math]\mathbf {E} = - \nabla \Psi[/math]는 여기서도 동일하게 성립한다).

[math]\begin{split} U &= \frac {k}{2} \iiint \mathbf {D}^2 dV \\ &= \frac {1}{2k} \iiint \mathbf {E}^2 dV \quad \left( \because \mathbf {D} = - \frac {\mathbf E}{k} \right) \\ &= \frac {1}{2} \iiint \rho (\Psi_1 +\Psi_2 ) dV \quad \left( \because \rho = \frac {1}{k} \nabla \cdot \mathbf {E} \text{, } \mathbf {E} = - \nabla (\Psi_1 + \Psi_2 ) \right) \\ &= \frac {1}{2} \left( q_1 \Psi_{11} + q_2 \Psi_{22} \right) + q_1 \Psi_{21} \end{split} [/math]

만약 두 전하 사이의 정전기력에 의해 점전하 [math]q_1[/math]이 움직인다면, 다른 값은 그대로 유지된 채 [math]\Psi_{21}[/math]의 값만 변할 것이다. 즉 에너지의 변화량은 다음과 같다.

[math]\delta U = q_1 \delta \Psi_{21}[/math]

이러한 에너지 변화량은 정전기력([math]\mathbf F[/math])에 의해 수행된 일의 양([math]W[/math])과 같아야 한다.

[math]W = \delta U[/math]
[math]\mathbf {F} \cdot \delta \mathbf {r} = -q_1 \delta \Psi_{21}[/math]
[math]\mathbf {F} = -q_1 \nabla \Psi_{21} = q_1 \mathbf {E}_{21}[/math] (단, [math]\mathbf {E}_{21} = - \nabla \Psi_{21}[/math])

그런데 우리는 「패러데이의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 터득한 방법을 이용하면, 전하량 [math]q_2[/math]의 점전하에 의해 [math]q_1[/math] 위치에 형성된 전기 포텐셜 [math]\Psi_{21}[/math]과 그에 따른 기전력 [math]\mathbf {E}_{21}[/math]을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math]\Psi_{21} = \frac {k}{4 \pi} \frac {q_2}{r}[/math] (단, [math]r[/math][math]q_1[/math][math]q_2[/math] 사이의 거리)
[math]\mathbf {E}_{21} = - \nabla \Psi_{21} = \frac {k}{4 \pi} \frac {q_2 } {r^2 }[/math]

이를 위의 식에 대입하면 아래의 정전기력 법칙이 도출된다.

[math]F = \frac{k}{4 \pi} \frac {q_1 q_2 }{r^2 }[/math]

이는 다음의 쿨롱의 정전기력 법칙과 형식적으로 동일했다.

[math]F = \frac{Q_1 Q_2 } {r^2} [/math]

단 그가 유도한 공식과 쿨롱의 법칙은 형태는 같지만 서로 다른 단위계를 쓰고 있었다. 이는 전하의 개념이 서로 다른 데서 연유한 것으로, 이번 유도 과정에서 맥스웰이 도입한 전하 [math]q[/math]는 전류와 연결된 개념인 반면, 쿨롱의 전하 [math]Q[/math]는 전류와 무관한 개념이었다. 맥스웰은 자신이 유도한 공식에 사용한 전하 [math]q[/math]의 단위를 ‘전기의 전자기적 단위’로, 쿨롱의 법칙에 쓰인 전하 [math]Q[/math]의 단위를 ‘전기의 정전기적 단위’로 불렀다. 만약 양쪽 식에 쓰인 전하가 본질적으로 같은 대상을 다룬다면, 그들 사이에는 다음의 비례 관계가 성립해야 할 것이이며, 비례상수 [math]u[/math]의 단위는 [거리m/시간s]이 될 것이다.[2]

[math]Q_1 = uq_1 , \quad Q_2 = uq_2 \quad \left( \text{단, } u=\sqrt{\frac{k}{4 \pi}} \right)[/math]

맥스웰은 독일의 물리학자 콜라우슈와 베버의 전자기 실험을 인용하면서 공기 중에서의 비례상수 [math]u[/math]의 값을 다음과 같이 계산했다.

[math]u=310,740,000 \textrm{ m/s}[/math]

자신의 정전기력 법칙에 포함시킬 비례상수와 그 단위까지 정립함으로써, 그의 정전기력 공식은 완전한 의미에서 쿨롱의 법칙과 동일한 것이 되었다. 이로써 맥스웰은 소용돌이 분자 모형을 가지고 시작했던 긴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작용에서부터 전류 작용을 거쳐 드디어 정전기 작용까지, 그는 이 세 가지 작용을 하나의 일관된 모형으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자기력선은 소용돌이 분자의 회전 운동으로, 전류는 소용돌이 분자들 사이에 끼워넣은 유동 바퀴들의 병진 운동으로, 전기적 분극 상태는 소용돌이 분자의 탄성 변형으로 정의하고 나면, 오늘날 ‘맥스웰 방정식’이라 불리는 전자기 현상에 대한 모든 방정식이 그로부터 유도되었고 그 방정식들은 알려진 모든 실험 법칙들과 일치했다. 그는 명실상부한 전자기장 이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전자기 작용의 전달 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

논문을 끝내기 전에 그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매질에 탄성을 부여했을 때, 처음부터 그는 전자기 작용이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이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논문의 2부에서 전자기 유도를 설명하는 데 쓰였던 ‘소용돌이 분자-유동 바퀴’ 모형에 따르면, 전자기 유도 작용은 아무리 멀리 있는 유도 회로까지도 순식간에 전달되었다. 모든 소용돌이 분자와 유동 바퀴들은 완전히 딱딱해서 변형되지도 못하고 미끄러지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유동 바퀴가 움직이려면 그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부분들이 한꺼번에 움직여야 했다. 즉 모형 내에서 전자기 작용은 분명히 연속된 매질을 통해 전달되나 결과적으로는 순식간에 전달되는 원거리 작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맥스웰이 매질에 부여한 탄성은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었다. 탄성 매질은 서로의 운동을 잠시 동안 품었다가 전달하기 때문에, 탄성 매질을 통해 매개되는 전자기 작용이 멀리까지 전달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었다.

맥스웰은 자신이 고안한 탄성 매질에서의 작용 전달이 에테르라는 탄성 매질에서의 횡파로 알려져 있던 빛에 대응될 수 있겠다는 추측을 했다. 이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그는 자신이 고안한 탄성 매질에서 횡파가 전달되는 속도를 구하기 시작했다. 탄성 매질에서 전달되는 파동의 속도는 보통 매질의 밀도와 탄성계수에 의해 정해졌다. 그는 각각의 소용돌이 분자들이 구형이라는 가정으로부터 전기 탄성 계수([math]k[/math])와 자기 투과율([math]\mu[/math])을 매질의 탄성계수 및 밀도와 연결시키는 다소 복잡한 계산을 끝낸 후, 다음의 속도식을 구할 수 있었다.[3]

[math]v = \sqrt{ \frac{탄성계수}{밀도}} = \sqrt{\frac{k}{4 \pi \mu}}[/math]

이 속도 값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전기 탄성계수([math]k[/math])와 자기 투과율([math]\mu[/math])의 값을 알아야 했다. 자기 투과율의 값은 공기 중에서 1로 정의해둔 것이라 새로 구할 필요가 없었고, [math]\sqrt{\tfrac{k}{4 \pi }}[/math]의 값은 앞서 전자기적 전하 단위 대 정전기적 전하 단위 사이의 비례상수([math]u[/math])에 의해 이미 구해놓았으므로, 그가 고안한 탄성 매질 내 횡파의 속도 [math]v[/math]는 다음과 같이 구해졌다.

[math]v=u=310,740,000 \textrm{ m/s}[/math]

이 값이 아르망 피조(Armand Fizeau, 1819-1896)가 측정한 빛의 속도 314,858,000m/s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는 것을 깨달은 맥스웰은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콜라우슈와 베버의 전자기 실험을 통해 계산된 우리의 가설적 매질에서의 횡파의 속도 [math]v[/math]는, 피조의 광학 실험을 통해 계산된 빛의 속도와 너무나 정확히 일치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은 추론을 피할 수 없다. 즉 빛은 전기와 자기 현상의 원인이 되는 같은 매질과 동일한 매질의 횡파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그는 전기, 자기와 빛을 동일한 매질로 연결시켰을 뿐, 빛을 전자기파라고 주장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는 전자기 작용을 일으키는 매질에 파동이 있다면 그 파동의 전파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을 것이라는 것만을 알아냈을 뿐, 전자기 작용 자체가 파동을 만들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자기 작용에 의한 파동, 즉 전자기파의 존재는 3년 뒤 출판될 「동역학적 전자기장 이론」에서야 명확하게 드러나게 된다.

논문 「물리적 힘의 선에 관하여」를 처음 집필하기 시작했을 때, 맥스웰의 목표는 ‘인접한 입자들을 통한 작용’이라는 패러데이의 이론적 아이디어를 살리면서 전기와 자기, 전류를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는 원거리 작용 개념에 기초해 정립되어 있던 법칙 모두를 연속적인 작용에 근거해 재유도해냄으로써, 원거리력 개념에 의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하고 싶었다. 그런데 논문의 3부를 마치면서 맥스웰은 이러한 목표를 초과달성하게 되었다. 그는 알려진 법칙들을 모두 재유도해내는 것뿐 아니라, 전자기 작용이 전달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그 전달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선보였다. 드디어 그는 자신의 전자기장 이론을 원거리력 이론과 실질적으로 차별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성과는 모두 소용돌이 분자 모형 덕분이었다. 모형의 도움 없이는 이렇게 먼 길을 올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형의 존재는 난처한 문제를 야기했다. 맥스웰은 논문에 공 모양의 소용돌이 분자라든가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 유동 바퀴와 같은 복잡한 기계 장치를 전면에 등장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기계 장치의 존재는 “정말 그렇게 복잡하게 연결된 기계 장치가 공간을 채우고 있을까?”와 같은 질문이 제기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맥스웰은 다음과 같은 해명을 해야 했었다.

소용돌이와 완벽하게 접촉하여 구름으로써 소용돌이의 운동과 자신의 운동이 연결된 입자[유동 바퀴]라는 개념은 다소 이상해 보일지 모르겠다. 나는 이를 자연에 존재하는 연결 방식이라거나 내가 동의하는 전기에 대한 가설로도 제안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역학적으로 상상 가능한, 그리고 쉽게 탐구 가능한 연결 방식으로서, 알려진 전자기 현상들 사이의 실제 역학적 연결을 알려주는 데 도움을 준다.

분명 그의 기계 장치는 전자기 현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게다가 그가 상상으로 고안해낸 복잡한 기계 장치는 전자기장을 구성하는 실제 매질의 작동 방식을 대신하여 전자기장 방정식을 유도해 주었고 새로운 예측까지 덤으로 선물해 주었다. 그러나 그 보기 흉한 기계 장치를 계속 남겨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집을 다 지었으니, 집을 짓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임시 골조물들은 이제 치워버려도 되는 것 아닐까?

모형 없이 방정식을 유도하다

맥스웰은 소용돌이 분자와 유동 바퀴로 이루어진 기계 장치를 옆에 치우고서, 순수하게 전자기 물리량들과 알려진 실험적 관계들만을 이용해 전자기장 방정식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용돌이 분자의 구체적인 모양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전자기파의 속도를 구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했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그의 이론은 골조물을 치워도 스스로 지탱이 되는 훌륭한 집이 될 것이었다.

이러한 바램은 1865년 출판된 논문 「동역학적 전자기장 이론(A Dynamical Theory of the Electromagnetic Field)」에서 달성되었다. 이 논문에서 맥스웰은 친구 테이트와 톰슨이 뉴턴 역학 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도입했던 라그랑지안 동역학 체계를 빌려왔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학자 라그랑주(Joseph Lagrange, 1736~1813)가 개발한 라그랑지안 동역학 체계는 기본적으로 뉴턴의 역학 법칙을 만족하는 시스템을 분석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지만, 대상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 상세한 세부 정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방법에 적용하면, 겉에서 알 수 있는 제약 조건들로부터 시스템의 각 부분들 사이에 성립하는 일반적인 운동량-에너지 관계식만 특성화할 수 있다면, 시스템 내부의 나머지 상세한 정보는 ‘블랙박스’처럼 놔둔 채 그로부터 원하는 방정식들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맥스웰은 이 방법의 탁월함을 소개하기 위해 라그랑주의 말을 직접 인용하기도 했다.

흔히 보는 종탑에서 각각의 종에 매달린 밧줄은 종탑 바닥에 난 구멍 사이를 지나 종치기의 방까지 내려온다. 하지만 각각의 밧줄이 종 하나에 작용하는 대신에 종탑 안의 기계 장치의 여러 부분의 운동에 기여한다고 가정하고, 각 부분의 운동이 밧줄 하나의 운동만이 아니라 밧줄 여럿의 운동에 따라 결정된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더 나아가 이 기계장치의 모든 것이 잠잠하고 밧줄 여럿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사람들은 자기네 머리 위 저 높은 데 있는 종탑 바닥의 구멍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이 모두를 가정했을 때,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과학적 임무는 무엇일까? 그들은 밧줄은 완전히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지만, 나머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들은 각 밧줄에 임의의 위치와 임의의 속도를 부여한 후, 동시에 모든 밧줄들을 정지시킨 채 각 밧줄에 전달되는 충격의 종류를 느낌으로써 그것의 운동량을 계산할 수 있다. 만약 주어진 세트의 위치까지 밧줄을 끌어당기기 위해 필요한 일의 양을 확인하거나 그것을 이들 위치로 표현하는 데 문제가 있다면, 알려진 다른 좌표계로 시스템의 퍼텐셜 에너지를 알 수 있다. 만약 그들이 임의의 한 밧줄에 걸리는 충격을 안다면, ... 그들은 알려진 좌표계와 속도를 이용해 운동 에너지를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종탑에 대해 알 수 있는 전부이지만, 우리가 종탑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충분한 정보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종탑 시스템을 구성하는 밧줄들 사이의 운동량-에너지 관계만 특성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밧줄들에 작용하는 임의의 힘에 따라 밧줄이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 종탑 안에 도르래가 몇 개나 있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

맥스웰은 이 같은 원리를 자신의 전자기 시스템을 분석하는 데 적용했다. 이제 전자기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소용돌이 분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유동 바퀴가 얼마나 작은지와 같은 사항은 몰라도 되었다. 전자기 시스템을 동역학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최소한의 가정만 필요했다. 첫째, 전자기 현상은 장을 채우고 있는 모종의 매질에 의한 작용이다. 둘째, 장은 전자기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역학적 에너지를 지닌다. 특히 맥스웰은 자기 작용에 의해 빛의 편광면이 회전하는 실험 결과로부터, 전자기장이 자기 작용과 관련된 회전 운동 에너지를 지닐 거라 추측하기도 했다. 셋째, 전자기장 내 한 부분의 운동은 모종의 연결된 메커니즘에 의해 다른 부분으로 전달된다. 빛과 전자기파의 동일성을 염두에 두고 있던 맥스웰은 빛의 전달에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광속), 전자기적 운동의 전달에도 시간이 걸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전자기장은 운동을 잠시 동안 저장했다가 전달할 수 있는 탄성을 가져야 했다. 따라서 전자기장은 탄성 에너지를 지닌다는 네 번째 가정이 필요했다.

이로써 맥스웰의 전자기 시스템은 매질 내에 (회전) 운동 에너지와 탄성 에너지를 품은 ‘연결된 시스템’이 되었다. (회전) 운동 에너지와 탄성 에너지는 각각 자기 작용, 정전기 작용과 관련되었으며, 두 에너지는 손실 없이 상호 전환될 수 있었다. 또한 에너지를 통해 분석된 전자기 시스템에서, 회로에 흐르는 전류 작용이란 전자기 에너지가 마찰에 의해 열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을 뜻했다.

맥스웰은 위의 가정과 함께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법칙을 제약 조건 삼아 전자기 시스템의 운동량-에너지 관계식을 이끌어내었고, 이로부터 여덟 개의 전자기장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유도해내는 데 성공했다. 이를 맥스웰 방정식이라 한다.

맥스웰 방정식 (1865)

[math]\mathbf J[/math]는 총전류 밀도, [math]\mathbf j[/math]는 일반 전류 밀도, [math]\mathbf D[/math]는 전기 변위, [math]\tfrac{\partial \mathbf J}{\partial t}[/math]는 변위 전류 밀도, [math]\mu[/math]는 자기 투과율, [math]\mathbf H[/math]는 자기 강도, [math]\mu \mathbf H[/math]는 자기력선 밀도, [math]\mathbf A[/math]는 전자기 모멘텀이자 지난 논문의 전기적-긴장 강도, [math]\mathbf E[/math]는 기전력, [math]\mathbf v[/math]는 도선의 운동, [math]\Psi[/math]는 전기 포텐셜, [math]k[/math]는 전기 탄성 계수, [math]r[/math]은 전기 저항, [math]\rho[/math]는 자유 전하 밀도

  1. 총전류 방정식 : 총전류는 일반 전류와 변위 전류의 합으로 구성된다.
    [math]\mathbf {J} = \mathbf {j} +\frac{\partial \mathbf J}{\partial t} [/math]
  2. 자기력 방정식 : 자기력선 주위로 원형의 전자기 모멘텀이 형성된다.
  3. [math]\mu \mathbf {H} = \nabla \times \mathbf {A}[/math]
  4. 전류 방정식(앙페르 법칙) : 총전류 주위로 원형의 자기장이 형성된다.
    [math]\nabla \times \mathbf {H} = 4 \pi \mathbf {J}[/math]
  5. 기전력 방정식 : 물체의 전자기 모멘텀이 감소하거나 물체가 자기력선에 수직으로 움직일 때 그 물체에는 기전력이 발생한다.
    [math]\mathbf {E} = - \frac{\partial \mathbf{A}}{\partial t} + \mathbf {v} \times \mu \mathbf {H} - \nabla \Psi[/math]
  6. 전기 탄성 방정식 : 기전력은 물체의 전기 탄성 계수에 의존하여 전기 변위를 일으킨다(유전체).
    [math]\mathbf {E} = k \mathbf {D}[/math]
  7. 전기 저항 방정식(옴의 법칙) : 기전력은 물체의 전기 저항에 의존하여 기전력의 방향과 반대의 일반 전류를 일으킨다(도체).
    [math]\mathbf {E} = - r \mathbf {j}[/math]
  8. 자유 전하 방정식(가우스의 법칙) : 전기 변위의 수렴량이 전하이다.
    [math]\rho = - \nabla \cdot \mathbf {D}[/math]
  9. 전하-전류 연속성 방정식 : 전하가 소멸하는 지점에서 일반 전류가 생성된다.
    [math]\nabla \cdot \mathbf{j} = - \frac{\partial \rho}{\partial t}[/math]

여기 나오는 대부분의 식들은 앞에서 이미 등장했던 식이지만, 몇몇 식에는 중요한 변화가 나타났다. 첫째, 방정식 e를 보면 기전력([math]\mathbf E[/math])과 변위([math]\mathbf D[/math])의 부호 관계가 -에서 +로 바뀌었다. 지난 논문 「물리적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는 기전력이 변위를 원상복구시키려는 복원력으로 정의되었던 데 반해, 이번 논문에서는 변위를 일으키는 힘으로 재정의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방정식 a와 c를 보면, 앙페르 자기 효과가 일반 전류([math]\mathbf j[/math])와 변위 전류([math]\tfrac{\partial \mathbf D}{\partial t}[/math]), 둘 모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논문 「물리적 힘의 선에 관하여」에서 일반 전류를 변위 전류와 앙페르 자기 효과의 합으로 취급했던 것에서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이로써 일반 전류가 아닌 정전기적 변위 전류만으로도 자기 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 보다 명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즉 정전기와 자기 사이의 상호 작용을 방정식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리게 된 것이다.

부호가 틀리다

맥스웰의 방정식들 중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것들도 있다. 특히 방정식 f와 g는 오늘날 생각하는 방식과 반대의 부호가 적혀 있다. 오늘날 기전력은 자신의 방향으로 전류를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고, 전하는 전기 변위의 수렴량이기보다는 발산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정식 a를 방정식 c에 대입해 양변에 발산을 취한 후 방정식 g를 대입하면 방정식 h와 정반대의 식이 나오면서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도대체 이런 문제는 왜 발생하게 된 것일까? 단지 사소한 실수였을까?

맥스웰은 수학적 엄밀함보다는 물리적 직관을 따르는 과학자였다. 방정식들 사이의 일관성을 따지는 데 꼼꼼함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는 실수를 범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의 모순된 방정식에는 분명 그의 물리적인 직관이 반영되어 있었다. 다시 말해 그의 실수는 단순한 부호 착오라기보다는 전기 현상에 대한 그의 이해 방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전기 현상을 정말 어떻게 이해했던 것일까?

그림 4-19와 4-20은 충전된 축전지가 포함된 회로에 스위치를 닫으면서 시계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이 간단한 현상에 대해 1861년의 맥스웰과 1865년의 맥스웰은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스위치를 닫으면서 오른편 축전판에서 왼편 축전판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을 볼 때, 맥스웰은 학자들 사이에 통용되던 관례를 따라 오른편 축전판에는 +전하가 왼편 축전판에는 -전하가 충전되어 있었다고 생각했다. 이는 전하가 감소하는 곳에서 일반 전류가 흘러나온다는 방정식 h에 의해 정식화되어 있다. 한편 축전판 양편의 전하는 축전판 사이를 채우고 있는 유전체의 탄성 변형에 의해 형성된 분극 상태 말단의 잉여 극성으로 간주되었다. 따라서 축전판 사이에 채워진 유전체의 전기 변위들은 모두 오른편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전하와 전기 변위 사이의 관계가 바로 방정식 g에서 말하고 있는 의미이다. 여기까지는 1861년과 1865년의 맥스웰이 동일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둘의 차이가 발생한 첫 번째 지점은 기전력의 방향 변화이다. 1861년에는 기전력을 전기 변위에 의한 복원력으로 간주했기 때문에 기전력의 방향은 전기 변위의 뱡향과 반대로 그려진다. 그래서 오른편 축전판의 전압은 왼편 축전판의 전압보다 높다. 이 상태에서 회로의 스위치를 닫으면, 전압이 높은 오른쪽 축전판에서 전압이 낮은 왼쪽 축전판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이 도출된다. 반면 1865년에는 기전력이 전기 변위를 일으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간주됨에 따라, 오른편 축전판의 전압이 왼편 축전판의 전압보다 낮은 상태에 있게 된다. 이 상태에서 회로의 스위치를 닫으면, 전류는 +전하가 있던 쪽에서 흘러나와야 하므로 결국 전압이 낮은 쪽에서 전압이 높은 쪽으로 전류가 흐른다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되고 만 것이다. 맥스웰 방정식 f의 부호는 바로 이러한 고충을 반영한 것이었다.

둘 사이의 차이가 발생한 두 번째 지점은 총전류 개념의 등장이다. 방정식 c에 따르면 앙페르 자기 효과는 총전류에 의존했다. 그런데 이 방정식 양변에 발산([math]\nabla \cdot[/math])을 취하면 벡터 연산에 의해 양변의 값이 0이 된다. 즉 총전류는 발산하지 않는다. 총전류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지점으로 흘러들어오는 전류의 양은 흘러나가는 전류의 양과 같아야 한다. 이는 한 지점으로부터 일반 전류가 흘러나오는 동시에 변위 전류도 흘러나오는 상황을 금지한다. 그런데 두 그림을 보면, 스위치를 닫은 이후 회로의 오른편 축전판에서는 일반 전류와 변위 전류가 동시에 흘러나온다. 유전체의 탄성 변형이 원상복귀 되는 과정에서 원래 형성되어 있던 전기 변위의 반대 방향으로 변위 전류가 흐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총전류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던 1861년의 맥스웰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1865년의 맥스웰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방정식 g가 다른 방정식들과 모순을 일으킨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림 4-21. 1873년의 맥스웰의 견해.

이 문제는 1873년 발표한 『전기와 자기에 관한 논고』에서 해결되었다. 문제의 해결책은 전기 변위의 방향과 분극 방향의 관계를 바꾸는 것이었다. 1861년 이후 맥스웰은 소용돌이 분자에 속박되어 있는 전기 입자들이 탄성 변형에 의한 전기 변위에 의해 한쪽으로 쏠리면서 분극이 발생한다는 직관적인 그림을 계속 고수하면서, 전기 입자들이 쏠린 쪽이 +로, 전기 입자들이 희박해진 쪽이 -로 극성화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1873년의 맥스웰은 이를 정반대로 바꾸어, 전기 변위에 의해 전기 입자들이 희박해진 쪽이 +로, 전기 입자들이 쏠린 쪽이 -로 극성화된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바꾸고 나니, 맥스웰의 전기 변위([math]\mathbf D[/math])는 +전하에서 시작되어 -전하에서 끝을 맺는 패러데이의 전기력선을 정확히 구현하게 되었다. 그 결과 맥스웰은 방정식 f와 방정식 g의 부호를 바로 잡아 다음의 수정된 방정식을 제시하게 되었다.

f'. 전기 전도 방정식. 기전력은 물체의 전기 전도도([math]C[/math])에 의존하여 일반 전류를 일으킨다.
[math]\mathbf {j} = C \mathbf {E} [/math]
g'. 자유 전하 방정식. 전기 변위의 발산량이 전하이다.
[math]\rho = \nabla \cdot \mathbf {D}[/math]

이 수정된 방정식의 결과는 그림 4-21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 그림 역시 앞선 그림들과 마찬가지로 충전된 축전지가 포함된 회로에 스위치를 닫으면서 시계 방향으로 전류가 흐르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스위치를 닫으면 도선에서는 전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일반 전류가 시계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유전체 내에서도 변위가 복원되면서 동일한 시계 방향으로 변위 전류가 흐르게 된다. 이로써 총전류의 입장에서 전류는 온전한 폐회로를 따라 흐르게 되었고, 1865년 그림의 오른편 축전판에서처럼 일반 전류와 변위 전류가 동시에 흘러나오는 문제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되었다.

방정식으로 전자기파를 만들어내다

그림 4-22. 맥스웰의 전자기파. 전기 변위의 변화는 자기력을 낳고, 자기력의 변화는 전기 변위의 변화를 낳는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양쪽 모두에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전기 변위와 자기력이 전파된다. 이러한 전파가 바로 전자기파다. (출처: 맥스웰, 『전기와 자기에 관한 논고』, 2권, 1873, 439쪽, Fig. 67)
다시 1865년으로 돌아가서, 이제 맥스웰은 정전기와 자기 사이의 상호 작용을 방정식을 통해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방정식을 통해 그는 전자기파를 만들어낼 수 있었는데, 이 작업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일반 전류가 흐르지 못하는 유전체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을 가정한 후 앞에서 정리한 방정식들(a, b, c, d, e)을 단순 결합하면 아래의 방정식이 도출되었기 때문이다.
[math]\frac{\partial^2 \mathbf H}{\partial t^2} = \left( \frac{k}{4 \pi} \right) \nabla^2 \mathbf {H}[/math]
[math]\frac{\partial^2 \mathbf E}{\partial t^2} = \left( \frac{k}{4 \pi} \right) \nabla^2 \mathbf {E}[/math]

이는 전형적인 파동 방정식으로, 그 해는 전기장([math]\mathbf E[/math])과 자기장([math]\mathbf H[/math] 모두에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전파되는 파동으로서, 그 전파 속도는 [math]\sqrt {\tfrac{k}{4 \pi \mu}}[/math]였다(그림 4-22).

이 속도는 1861년 논문에서 구했던 속도식과 동일했다. 즉 맥스웰은 소용돌이의 모양에 대한 의심스러운 가정을 동원하지 않고서 파동의 속도를 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 구한 속도는 단지 전자기 매질에서 진행되는 횡파의 속도가 아니라, 전자기장 방정식에 의해 곧장 도출되는 전자기파의 속도였다. 따라서 맥스웰은 지난번보다 강한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결과들의 일치는 빛과 자기가 같은 물질의 작용이며, 또 빛이 전자기 법칙을 따라 장을 통해 전파되는 전자기파라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즉, 지난번 논문에서 전자기 작용과 같은 매질을 공유하는 횡파에 그쳤던 빛은 이제 전자기 법칙을 만족하는 전자기파가 되었다.

맥스웰의 장 개념

전자기 작용이 전달되는 데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맥스웰의 이론적 예측은 그의 이론을 원거리 작용 개념과 양립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전자기 작용이 본질적으로 공간의 상태에 의존하는 작용이라는 패러데이의 ‘장 개념’은 드디어 전자기 작용을 기술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게다가 전자기파의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맥스웰의 계산은 전기와 자기와 빛의 통일적 이해를 갈구했던 패러데이의 오랜 바람까지 실현시켜주었다.

그러나 맥스웰의 ‘장 개념’이 패러데이의 ‘장 개념’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었다. 패러데이는 전기와 자기 작용이 ‘힘의 선’을 따라 전달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힘의 선’이 작용을 직접 전달하는 ‘운반자’이거나, 적어도 작용이 전달되는 ‘경로’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맥스웰에게 ‘힘의 선’은 작용을 전달하는 ‘운반자’도 ‘경로’도 아니었다. 그의 이론에서, ‘힘의 선’은 매질의 회전 운동(자기력선)이나 매질의 탄성 변형(전기력선)을 통해 표현되는 매질의 특정한 분극 상태를 지칭할 뿐이다. 또, 전자기 작용은 전기력선과 자기력선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양쪽 모두와 수직이 되는 방향으로 전파되었다. 즉 전기와 자기 작용은 힘의 선을 ‘따라’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힘의 선에 ‘수직으로’ 전달되었던 것이다.

힘의 선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매질의 역할에 대한 견해 차이로도 나타났다. 패러데이는 공간을 매질로 가득 채우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지만, 맥스웰은 ‘힘의 선’을 묘사하기 위해 공간을 매질로 가득 채워야 했다. 패러데이는 분명 매질의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서로 다른 매질은 ‘힘의 선’을 통과시키는 정도에 차이를 주는 것으로서, 결국 작용을 전달하는 것은 ‘힘의 선’ 자체라고 보았다. 특히 그는 매질이 없는 진공을 통해서도 ‘힘의 선’이 직접 통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면 맥스웰은 물질과 독립된 ‘힘의 선’을 인정하지 않았다. 모든 현상은 물질의 운동을 통해 매개되는 연결된 메커니즘으로 기술되어야 했다. 이를 위해 공간은 뉴턴의 역학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 탄성 매질로 가득 채워졌고, 결국 ‘힘의 선’은 이 탄성 매질의 역학적 상태가 되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의 관례에 따라, 그의 매질은 ‘에테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당연히 맥스웰에게 이 에테르는 뉴턴의 역학 법칙을 따르는 물질로서, 운동량과 역학적 에너지를 지녔다. 에테르에 대한 구체적인 소용돌이 모형 대신 라그랑지안 동역학 체계를 통해 전자기장 방정식을 유도할 수 있게 된 후에도, 맥스웰은 에테르가 작동하는 참된 메커니즘이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그는 ‘탄성 변형이 가능한 소용돌이 분자’라는 아이디어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으며, 에테르의 역학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작업을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숙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의 전자기장 방정식은 조금 변형된 채 21세기까지 살아남았지만, 20세기 초 그의 에테르 매질은 불필요한 것으로 버려지고 말았다.

  1. 톰슨의 논문에 따르면, 기전력([math]\mathbf E[/math])과 전기 포텐셜([math]V[/math]) 사이의 수학적 관계([math]\mathbf E = - \nabla V[/math])는 열유동량(heat flux, [math]\mathbf q[/math])이 온도 분포의 공간적 기울기([math]\nabla T[/math])에 비례한다는 푸리에의 열전도 법칙([math]\mathbf q = -k \nabla T[/math], 단, [math]k[/math]는 열 전도율)과 “형식적으로” 동일했다.
  2. 맥스웰의 정전기력 공식에 쓰인 전하 [math]q[/math]는 그 시간적 변화율이 바로 전류가 되는 전하로서, 그 단위는 [전류A ⨉ 시간s]이다. 앙페르의 전류 간 인력 법칙 [math]\frac {F}{l} = 2 \frac {I_2 I_2 }{r}[/math]에 따르면 전류의 단위는 [힘N1/2]이므로, 결국 전하 [math]q[/math]의 단위는 [힘N1/2 ⨉ 시간s]이 된다. 반면 쿨롱의 법칙에 쓰인 전하 [math]Q[/math]의 단위는 [힘N1/2 ⨉ 거리m]이다. 따라서 두 전하의 비 [math]Q/q[/math]의 단위는 [거리m / 시간s]이 된다.
  3. 프랑스의 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삐에르 뒤앙(Pierre Duhem, 1861-1916)은 맥스웰이 탄성 매질의 파동 전달 속도를 구하는 데 실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파동의 속도에 대한 정확한 식은 [math]\sqrt{ \tfrac{탄성계수}{밀도}}[/math]가 아니라 [math]\sqrt{ \tfrac{탄성계수}{2 \times 밀도}}[/math]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맥스웰은 이러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정확한 속도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일까? 소용돌이 분자들이 구형이라는 애초의 잘못된 가정으로부터 계산한 매질의 탄성계수 값이 요행히 앞의 실수를 상쇄시켜버린 것이다. 맥스웰로서는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셈이다.

패러데이 & 맥스웰의 목차

정동욱, 『패러데이 & 맥스웰 : 공간에 펼쳐진 힘의 무대』 (김영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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