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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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혁명이란 18세기 말에 라부아지에가 주도해서 새로운 화학의 체계를 정립한 것을 의미한다. 이의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18세기 후반 라부아지에가 기존의 화학을 지배하던 플로지스톤설 즉 연소가 일어날 때 플로지스톤이 빠져나와 물질이 재가 된다는 이론을, 연소된 물질의 질량이 증가한 것을 보고 반박한 것을 말하는데, 금속연소실험을 통해 금속의 무게가 늘어난 것은 산소와 금속이 결합한 결과라고 주장하였다.
배경
서양과학사에서 중세부터 17세기까지 물질을 다루는 분야는 학문이라기보다는 연금술, 화약제조와 같은 실용적인 측면과,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전승된 물질 및 연소의 본질을 이성적으로 설명하는 측면이 섞인 형태로 이어져 오면서 근대적 과학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8세기 화학혁명(라부아지에)은 물질에 대한 탐구로서 화학을 근대과학의 한 분야로 이끈 중요한 계기가 됐다. 화학혁명이 진행되던 당시는 미국혁명이나 프랑스혁명과 같은 정치적 혁명이 서양세계를 휩쓸고 있었던 시대였다. 화학혁명의 중심인물인 프랑스의 실험화학자 라부아지에(Antoine Lavoisier, 1743~1794)는 혁명의 시대에 스스로 혁명주의자라고 선포하면서, 과거의 이론이 잘못되었음을 주장했다. 그는 무질서한 과거의 화학법칙들을 질량보존의 법칙, 원소법칙 등으로 정리하여 화학연구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화학혁명이 소멸 시킨 과거의 경쟁 이론으로는 플로지스톤설을 들 수 있다. 플로지스톤설은 물질의 연소를 설명하는 이론이다. 플로지스톤은 잘 타는 물질일수록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물질이 연소하는 과정은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는 과정이라고 플로지스톤설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플로지스톤설에 따르면 하늘과 땅 사이는 공기와 플로지스톤으로 꽉 차 있으며 식물은 플로지스톤을 흡수하면서 생장하고 연소란 공기 중으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가고 재가 남는 현상이다. 이러한 플로지스톤 이론은 영국의 기체화학자들이 기체현상을 설명하는 원리로도 쓰였다. 반면, 라부아지에는 물질이 연소하는 과정은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라부아지에는 화학 반응 시 질량이 보존되는 성질을 중요하게 여겼다. 금속을 태울 경우 금속회의 질량이 금속의 질량보다 더 큰 것을 플로지스톤설에서는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라부아지에는 자신의 이론에 의하면 금속과 산소가 결합하여 질량이 증가한다고 설명할 수 있어서 플로지스톤설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이후에는 물이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임을 증명하여 4원소설을 부정하는 결과를 만들기도 했다.
플로지스톤 이론과 산소이론의 범례들
연소와 호흡
연소란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여 빛과 열을 내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호흡은 연소의 과정이 상대적으로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반응속도만 다를 뿐 같은 반응이라 볼 수 있다. 호흡의 화학반응식: C6H12O6 + 6O2 + 6H2O → 6CO2 + 6H2O [2]
연소와 호흡이 같은 종류의 현상이라는 것은 당시에 실험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프리스틀리는 밀폐된 공간 속에 양초에 불을 붙였을 때,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불이 꺼진다는 것, 쥐를 넣었을 때는 어느 정도의 시간 이후에 기절하여 사망에 이른다는 것, 그리고 양초의 연소와 쥐의 호흡을 동시에 진행시켰을 때는 더 짧은 시간 후에 불이 꺼지고 쥐가 기절한다는 것을 보고하였다.
플로지스톤 이론에서는 물체가 연소할 때와 쥐가 호흡할 때 플로지스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밀폐된 공간에서 이를 진행할 경우에는 공기 중에 플로지스톤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어 연소와 호흡이 중단된다 해석하였다. 반면, 산소 이론에서는 이 과정에서 산소가 공기 중으로 부터 양초와 쥐 내부로 이동하고, 시간이 지나면 공기 중의 산소가 부족하게 되어 이 과정이 중단된다고 설명하였다. 이처럼 플로지스톤이 결핍된 공기는 플로지스톤을 빨아들이려고 하며, 플로지스톤이 포화되면 더이상 연소와 호흡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녹슮
녹슮은 금속에 녹이 스는 과정이다. 플로지스톤 이론에서는 금속 내의 플로지스톤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는 과정이다.
- 금속(금속회 + 플로지스톤) → 금속회 + 플로지스톤(공기 중으로 방출)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플로지스톤은 물질에 매끈하고 빛나는 속성을 부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플로지스톤은 금속은 매끈하고 빛나지만 금속회는 그렇지 않은 물성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한편 산소 이론에서 이 과정은 공기 중의 산소가 금속과 결합하는 과정이다. 금속이 녹이 슬면 그 금속의 속성이 바뀐다. 예를 들어, 철이 녹슬면 녹슬기 전의 철과 속성이 달라진다.
- 금속 + 산소 → 금속회(금속 + 산소)
라부아지에는 이 과정 전후의 금속과 금속회의 질량을 측정하여 금속회의 질량이 더 큰 것을 확인하였다. 플로지스톤 이론대로라면 금속회는 금속에서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간 것인데 플로지스톤이 빠져나간 후의 질량이 빠져나가기 전의 질량보다 더 크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고, 이를 산소 이론의 근거로 삼아 플로지스톤 이론을 비판하게 되었다.
금속과 산의 반응
캐븐디쉬는 1766년 금속을 산에 녹일 때 발생하는, 현대화학에서는 수소라 부르는, 기체를 모아 그 성질을 연구하였고, 이 기체가 높은 가연성을 가진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플로지스톤설을 지지했던 캐븐디쉬는 금속에서 플로지스톤이 분리되어 금속회는 산에 녹아들어가고 플로지스톤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해석하였다. 그리고 금속회를 산에 넣어주면 금속회는 산에 용해되어도 기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는 플로지스톤이 이미 빠져나가고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므로 이것으로 캐븐디쉬의 주장이 뒷받침되었다.
- 금속 → 금속회 (산에 용해) + 플로지스톤 (공기 중으로 방출)
금속의 제련
금속의 제련은 금속의 녹슮의 역반응이며, 당시에 실험 가능하였다. 이 과정은 금속회를 금속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금속회를 석탄이나 숯과 같은,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플로지스톤이 풍부하다고 보았던, 물질과 접촉시킨 후 열을 가하면 금속회가 금속으로 전환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 금속회 + 석탄 (석탄 재 + 플로지스톤) → 금속 (금속회 + 플로지스톤) + 석탄 재
프리스틀리는 금속과 산의 반응에서 나온,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순수한 플로지스톤이라 보았던, 기체를 사용하여 금속회를 금속으로 전환시키는 실험을 하였다. 그는 물을 받은 욕조에 유리용기를 엎어놓고 그 안을 금속과 산의 반응에서 나온 기체로 채웠다. 그리고 그 안에 금속회를 넣고 렌즈를 이용해 금속회를 가열하여 금속회를 금속으로 변화시켰다. 이 때 유리용기 안의 눈금이 올라가는 것을 확인하였다.
- 금속회 + 플로지스톤 → 금속 (금속회 + 플로지스톤)
이와 같은 결과는 라부아지에의 산소 이론에 난점으로 작용하였다. 산소 이론에 의하면 금속회가 금속으로 전환될 때는 산소를 방출하게 되는데, 유리용기 안의 눈금이 올라간다는 것은 내부에 있는 기체의 양이 줄어들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라부아지에는 여기서 물이 생성될 것이라 예상하였고, 이에 응해 스스로 실험을 해본 프리스틀리는 이 과정에서 소량의 물이 생성되는 것을 관찰하였는데, 라부아지에는 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였다. 그는 물이 제거된 밀폐된 용기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를 종합해서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순수한 플로지스톤이라 칭하는 가연성 기체는 사실 새로운 종류의 기체이며, 이 기체는 산소와 결합하여 물을 형성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캐븐디쉬가 이 가연성 기체(수소)를 '플로지스톤이 과잉된 물', 탈 플로지스톤 공기(산소)는 '플로지스톤이 결핍된 물'이라고 해석하면서 나름의 방어를 하였다.
- 금속회 (금속 + 산소) + 수소 → 금속 + 물 (산소 + 수소)
플로지스톤 이론과 산소 이론의 비정합성
쿤에 따르면 대립하고 있는 두 패러다임 사이에는 비정합성이 존재한다. 서로 경쟁하는 패러다임 간에는 말이 서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플로지스톤 이론과 산소 이론의 경우 두 패러다임에서 다루는 주제와 현상은 별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냐 하는 판단 기준에는 확실히 차이가 존재했다. 플로지스톤 이론에서는 여러 가지 금속의 성질이 비슷한 것에 크게 주목했다. 금속은 모두 광택이 나고 유연성이 있으며 열과 전기 전도성이 크다.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금속은 공통적으로 플로스지톤을 포함했기 때문에 그런 공통점을 공유한다고 하면 설명이 잘 되었다. 반면 산소 이론에서는 금속의 공통적 성질에는 별달리 관심을 주지 않았다. 주된 관심사는 '질량 보존'이었다. 산소의 개념을 사용하면 연소 전후의 질량 변화를 잘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산소이론에 비해 플로지스톤 이론에서는 질량 분석에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보았을때 이러한 비정합성을 견디지 못한 라부아지에 학파의 캠페인의 성공으로 플로지스톤설은 배격당하였으나 당시의 지식수준에서는 두 이론 모두 관찰되는 모든 현상을 훌륭하게 설명해 낼 수 있는 이론이였다. 즉, 필자가 말하듯 미결정 상태여야했을 상황이지만 승자에 의한 역사는 이를 '혁명'으로 기록하게 된다. 일부 학자들은 플로지스톤설을 배격하지 않았을 경우 이 이론이 '에너지'에 관한 이론으로 발전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 추측한다.
플로지스톤 이론과 산소 이론의 약점
플로지스톤 이론의 약점
1. 라부아지에가 제시한 질량변화의 문제를 설명하지 못했다.
2. 원소들이 일정한 성분비로 결합되는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3. 플로지스톤의 정의 자체를 잘 하지 못했다. 호흡으로 생성된 기체와 금속-산 반응으로 생성된 기체 모두 플로지스톤인데 둘은 너무 성질이 달랐다.
산소 이론의 약점
1. 산소는 산을 만드는 물질이라고 생각했다. 플로지스톤 이론에서 플로지스톤이 산을 없앤다고 한 것을 반대로 생각하여 산소가 결합하여 산성이 된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황산 등의 단편적인 예만을 가지고 모든 산성 물질에는 산소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산’을 뜻하는 그리스어 oxy와 ‘만들어냄’을 뜻하는 라틴어 genium이 합성된 산소(산을 생성하는 물질)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2. 물질이 산소와 결합할 때 열이 발생하는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플로지스톤 이론에서는 방출되는 열 자체가 플로지스톤이라고 설명하여 열의 발생을 쉽게 설명할 수 있었다. 라부아지에는 열을 화학물질로 보고, 이를 '열소'라고 명명하여 열소가 방출되어 열이 난다고 설명하려 하였다. 그러나 고체 탄소가 연소하여 기체 이산화탄소가 생성될 때, 이산화탄소는 기체이기 때문에 열소를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방출되는 열소가 없어 열이 나지 않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많은 열이 나오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 그 당시 심각한 비판을 받았다.
3. 플로지스톤을 빼는게 산화, 넣으면 환원이라고 플로지스톤 이론이 주장했는데 산소이론은 그저 이것을 거꾸로 말한 것 뿐이었다.
4. 철, 구리, 아연, 은, 금이 왜 공통적인 특성을 띄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플로지스톤 이론은 그저 같은 종류의 플로지스톤을 가진다로 설명이 가능했다.)
과학철학적 의의
장하석은 과학철학에서 화학혁명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의의를 갖는다고 평하였다. 첫째로, 화학혁명은 과학사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수정한 좋은 예이다. 흔히 올바른 것이 선택된다는 것과는 달리 반대파의 전향 혹은 반대파를 제거함으로서 이론이 선택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로, 쿤의 과학혁명 이론의 적절한 예시가 된다. 셋째로, 플로지스톤 이론 자체를 공부하는 것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과학사에서 대부분의 승패는 잘 들여다보면 간단하지도 않고, 그 역사를 승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재미도 없고 이득도 없다.[3]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본 화학혁명
저자 장하석에 따르면, 플로지스톤 패러다임도 계속 발달하게 두었더라면 화학의 진보가 더 빠르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19세기 후반에 영국의 윌리엄 오들링(William Odling, 1829~1921)은 플로지스톤을 계속 놔뒀으면 화학 에너지의 개념으로 발전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20세기 미국의 화학자 길버트 뉴턴 루이스(Gilbert Newton Lewis, 1875~1946)는 플로지스톤이란 전자를 지칭한다고 말했다. 현대 화학에서 산화, 환원은 전자를 잃고 얻는 것을 말하지, 산소와 특별히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과학교육자인 더글라스 올친은 플로지스톤 이론을 사용해 학생들에게 산화, 환원 이론을 가르쳤더니 학생들이 별 어려움 없이 배웠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저자는 플로지스톤 이론 자체를 아예 폐기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과학사는 승패를 따지기 어렵고 승자의 입장에서만 보면 안된다.
주석
- ↑ [네이버 캐스트] 화학산책<화학혁명> (강한철, 홍익대학교 교수)
- ↑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26541&cid=40942&categoryId=32251
- ↑ 장하석,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2015),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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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항목들은 과학의 철학적 이해 : 2016년 1학기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항목입니다.